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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중독 코스프레

'중국의 미래’일랑 묻지 마세요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7. 8. 20. 22:21


중국의 미래
국내도서
저자 : 마르테 셰르 갈퉁(Marte Kjær Galtung),스티그 스텐슬리(Stig Stenslie) / 오수원역
출판 : 부키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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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큼지막한 글씨로 “점포 정리 80% 할인”을 떡 하니 붙여놓은 폐업 직전의 가게가 시야에 걸려든다, 참새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내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심 봤다라는 반가움도 잠시, 가까이 다가가니 코딱지만하게 80% 앞에 새초롬히 적어놓은 “최대”라는 두 글자가 보인다. 꼼수 아닌 꼼수를 발견하노라면 그럼 그렇지 하는 실망 반, 누굴 호갱으로 알고 있네 하는 분노 반이 쓰나미로 몰려 오는 흔하딘 흔한 경험. 



오바 좀 해서 <중국의 미래>도 대략 이와 비스무리한 기분을 들게 한다. <중국의 미래>라고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49가지 단서로 예측한' 이라는 수식어가 소심하게 붙어 있다. 이 책의 원제는 <49 Myths about China>. 중국의 앞날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는데 어찌하여 한국어판은 <중국의 미래>라는 예언적 전언으로 둔갑했는지는 해당 출판사 편집부만이 알 일이렷다. 

원제가 말해주듯, 엄밀히 따져 저자가 의도한 방향은 ‘49가지 단서’라기 보다 '중국에 얽힌 49가지 통념'에 관한 저술이라고 하는 편이 적확하다. 거듭 강조하건대 이 책은 결코 중국의 미래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자, 여기 중국과 관련된 49개의 통념을 먹기 좋게 발라내어 줄 테니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건 철저히 네 몫이다” 라며 ‘쏘쿨하게’ 마이크를 넘길 뿐이다.

해서 제아무리 깨알같이 이 책을 숙독한들 중국의 미래를 알기란 여전히 요원하다는 걸 순순히 접고 들어가면 실로 유쾌한 독서 경험이 펼쳐진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스타카토 포맷을 차용한 명쾌한 서술. 다방면으로 중국의 면면을 훑어주니 현대 중국의 실루엣을 균형적인 구도로 술술 데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효력은 딱 거기까지. 어떤 화법으로 그림을 완성시킬지는 요령부득이다. 

그래도 (없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전부 끄집어내어 중국의 미래를 그려볼까 (잠시) 고심도 해봤지만….‘솔까말’ 당장 내 미래도 도통 모르겠는 마당에 넘의 나라 앞날까지 점치자니 고려해야 할 변수의 스케일은 너무 방대하고 가짓수는 너무 많다. 미래 예측 따위는 저 멀리 차치하고 이 책이 새겨주는 최대 시사점은 오직 하나. 이제 중국은 저 이역만리 북유럽 땅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대한 관심을 표출하는 ‘핫’한 국가. 고로 좋든 싫든, 어떤 업계에 종사하든 간에, 중국은 내 일상까지 삼투압을 뻗치는 전천후 생화학 존재이므로 미래 설계에 있어 반드시 예의주시해야 할 잠룡이라는 것. 그래서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 중국은 반드시 곁에 두고 오래 사귀어야 할 (웬수 같은) 벗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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