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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2016)

Interstellar 
7.9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6-01-14



내가 영화를 보러 갈 때란 정말정말정말 보고 싶어 미츄어버릴 작품이거나 유별한 누군가와 같이 보러갈 경우 뿐. 그러니 영화 보다 잠이 들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 그러나 장안의 화제작 <인터스텔라>를 보며 영화관에서 잠이 드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이며 이보다 더 꿀맛인 수면은 없다는 고금의 진리를 돈오했다. 점심 먹고 커피 한잔 들이킬 새도 없이 바로 영화를 본 게 화근 아닌 화근. 2시간 동안 쉼 없이 무아의 헤드뱅잉을 하고 겨우 정신 차려보니 매튜 매커너히가 5차원을 부유하며 딸에게 모스 부호를 보내고 있다. 하, 이거슨 대체 어찌 흘러가는 이야기인지 알 길이 없구나. SF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내 지적 수준을 월등히 초월하는 넘사벽 시나리오. 


소재 면에서 그래비티와 비슷한 무늬를 띠고 있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범인과는 급수가 다른 세계관과 상상력을 가진 놀란에게선 경이로움보다는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이질감만 느껴질 뿐이다. 복기하면 그의 작품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몰입해서 본 게 없다. 감독과도 코드가 맞지 않는 데다가 내가 가장 취약한 부문인 우주와 물리가 한데 뒤엉켜 있으니 맨 정신이었어도 싸이파에는 영 과문한 내 뇌 구조로는 백프로 다 이해하지 못했을 게 자명하다. 영화관을 나서며 모두들 기막히게 뛰어난 놀란의 연출력을 성토할 때 난 그저 매튜 매커니히 여기서도 연기 참 잘하네 수준의 표피적 감상외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모두들 존잼이라며 일동 기립 박수를 보낼 때 정말 일생일대 최악의 영화였다고 당당히 간증할 수 있다. 영화관에 가기 전엔 반드시 카페인 수혈을 빵빵하게 받고 가야한다는 뼈아픈 교훈도 얻었다. 극강의 지루함을 선사하는 것도 모자라 싸이파이 문해력의 높은 벽을 절감하게 한 놀란에게 이 모든 원망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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