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 다이어리

네타스 마켓 원정기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3. 2. 17. 18:29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엌>이라는 부제로 요리작가 차유진이 운영하는 네타스 키친. 주인장이 직접 만든 먹거리들을 판매하는 네타스 마켓은 트윗 상에서 꽤 핫한 장터로 유명하다. 계속 시간이 맞지 않아 가보질 못하던 차 오늘 12시부터 마켓이 열린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그렇게 맛 좋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먹거리를 공수해오기 위해 작정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 나의 주타겟 아이템은 생강 진액. 생강 라떼를 만들어 주말 저녁 호기롭게 티타임을 가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둑흔둑흔 기대 만발이었다. 


2시 좀 넘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실내를 점령한 인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처음이라 쭈뼛쭈뼛 기웃대다 대충 뭐뭐 살지 결정한 뒤, 일단 생강 진액부터 챙겨 볼까 하며 테이블 우측으로 접근. 생강 진액으로 추정되는 병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손을 뻗어 생강 진액을 집으려는 찰나, 한 발 앞서 선점한 어떤 이의 손에 들려 눈 앞에서 휙 사라져버렸다. 설마 저것이 마지막 하나 남은 생강 진액은 아니겠지. 저기 생강 진액 하나 주세요 하는데 품절이란다. 후, 잠시 빡침을 삭히고...나 오늘 이거 득템하려고 주말잠을 반납하고 룰루랄라 홍대까지 출두했는데 이건 멍미(아놔 눙물이...) 그렇다고 이 진귀한 것들을 뒤로 하고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는 노릇. 파슬리 페스토, 올리브 절임, 크로와상 샌드위치, 민스미트 케이크를 주섬주섬 싸들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으로 무사귀환했다. 


이미 다 현장에서 먹어 보고 구입한 거라 맛있는 거야 당연지사고, 집에 있던 음식에 올리브와 파슬리 페스토를 곁들여 먹으니 식감과 풍미가 한층 더 색다르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고 제대로 된 손맛으로 버무리니 정통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올리브 절임은 한큐에 바닥냈고 특히 파슬리 페스토는 정말 그 깊은 맛이 일품이라 뚜껑을 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퍼묵하다보니 벌써 눈금이 확 줄었다. 나름 입맛 까다로우신 동생님도 득템한 먹거리 모두 맛있다고 인정했다. 


키친 실내는 생각보다 좁았지만, 공간 활용 제대로 못해 휑한 것보다 복작복작 인구 밀도를 높여 모르는 이와의 친밀도를 꾀하기에 딱 적당한 사이즈 같다. 친절하신 운영자 두 분과 정성스레 마련한 맛좋은 음식들이 옹기종기 진열되어 방문객들이 절대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마성을 발산한다. 진열대 앞 한 켠에는 귀에 착 감기는 음악을 디제잉하고 또 한켠에서는 벼룩 시장이 열리고 있으니이 어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엌이 아닐 수 있겠는가? 다음번 마켓에서는 내 기필코 생강 진액을 손에 넣고 말겠다. 


http://netaskitch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