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교정 입봉
살다보니 나도 '독자교정'이란 걸 다녀왔다.
마이클 르윈의 탐정 페르소나,
'앨버트 샘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침묵의 세일즈맨>으로 독자 교정 입봉.
반갑게도 그 입봉의 증거물이 집에 당도하였다.
교정지 맨 앞면에 주소를 적으면
인쇄본 1권을 보내주신다더니 이렇게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이셨다.
지난달 초순경에 다녀왔으니 한 3주만에 책을 받은 셈인데
한 몇달은 된듯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건 멍미.
다녀와서야 양심 고백을 하는데,
내 교정 실력은 레알 젬병. (한숨)
업계인이랄 수는 없지만 출판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다소 몇년은 되는 관계로
업무적으로 교정이란 걸 보기는 봤다만
모든 게 그저 긴가민가 헷갈리는 허당.
항변을 좀 하자면,
1. 단행본 편집일을 해 본적 없음.
2. 정식으로 교정교열 훈련을 밟은 적 없음.
3. 주로 영어 교재 위주로 편집개발했음.
(그렇다고 영어 교정은 잘 보느냐, 그것도 아님...)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교정을 전혀 못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누가 돈 주고 맡기기엔 턱도 없고
그냥 일반인보다야 (운 좋게) 한두 개 정도 더 적발할까 말까 하는 수준??
거기다 띄어쓰기는 제발로 포기 상태.
이 교정 숙맥도 확실히 안다고 자부하는 '교정의 생리'란 게 있노니,
교정은 본디 내가 백번을 봐도 발견하지 못하는 오탈자 보존의 법칙이 있다는 것.
그래서 무조건 반드시 크로스를 봐야 하고
교정을 볼 때마다 안구를 목욕재계해서
난생 처음 보는 텍스트인 마냥 낯설게 보는 훈련을 체득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담당한 권에서 오탈자가 나왔을 때
응당 치러야하는 치욕, 수모, 비난 섞인 눈총의 압박까지.
그래서 결론적으로 교정의 3 정도는 본다고 하겠다.
그러니 독자 교정은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이 일반인보다는
티끌만한 경쟁력(?)을 가지고 티끌만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혼자 생각.
안그래도 꼭 한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운좋게 발탁.
수당 받을 실력도 아니니 무보수로 한번 봐 보라 해도 기꺼울 일인 것을,
편안하고 쾌적하게 교정을 볼 수 있는 환경 조성에다
교정 후 저녁까지 배불리 멕여주는 곡진한 독자 케어.
돌아서니 왠지 맞는 것도 틀렸다며 엄하게 고친 것 같고
일관성 없게 체크한 것들도 새록새록 떠올라
밥값은 제대로 했나 싶어 열없지만
내 교정 캐파가 본디 그 이상은 안되므로
쓸데없는 자의식 따윈 내려놓는 걸로.
판권에 이름 석자 들어가는 것도 집안의 경사인데
마포 김사장님께서 친필로다가 증정 기념 메시지까지 써주셨다.
1편과 2편 사이좋게 더블샷.
시리즈 완간까지 전부 다 사모으겠다.
이 재밌는 걸 다른 인간들도 쫌 알아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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