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중독 코스프레

색소폰 자양강장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5. 8. 9. 20:14

 


JAZZ IT UP 세트

저자
남무성 지음
출판사
고려원북스 | 2004-12-01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재즈 100년의 역사라는 무게감 있는 주제를 초보자도 재밌게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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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극혐했던 사람이 문득 좋아지기도 하는 것처럼 취향 역시 변덕이 죽끓듯 변한다. 보사노바 하면 살랑대고 간질거리는 음색이 거슬려서 한사코 저어하던 장르인데, 어느 날 내 귀에 감긴 후앙 질베르토의 보사보사함. 보사노바에서 출발한 취향 변색이 재즈로 흘러들고, 재즈 전반을 더듬다보니 색소폰 소리가 이렇게나 좋은지 미처 몰랐다며 색소폰앓이에 접어든지 어느덧 반년. 양은냄비 성정 탓에 무슨 앓이가 시작되도 한달을 넘기는 법이 없으나 색소폰앓이만은 꾸준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재즈 역사를 훑는 데 가장 큰 덕은 본 남무성의 <재즈잇업> 세트. 초보자를 배려한 쉽고 친절한 재즈풀이. 무엇보다 만화 문법에 정초한 잔재미가 일품이다. 본업은 음악평론가지만 (이 분은 워낙 다재다능하고 이것저것 하는 것도 너무 많아 한 가지 직업으로 규정하기가 대략 난감) 해박한 이론 지식과 미술 전공으로 다져진 그림 솜씨, 그리고 프로 만화가에 버금가는 기치와 유머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방바닥을 데굴거리는 폭소급은 아니어도 풋 하며 희소를 비져나오게 하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마리아주. 출간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재즈에 본격 입문하고 싶은 초보자들에게 가장 만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만화라서 부담없이 완독했지만 여전히 요령부득의 재즈. 내가 아는 건 기껏해야 루이 암스트롱, 빌리 할리데이, 쳇 베이커 등 지나가던 개도 알법한 대표격 뮤지션이 다인데 왜 이렇게 생소한 이름 일색인지. 만화로 읽어도 갸가 갸 같기만 한 아마득함에 좌절했다. 설렁설렁 재즈 전반에 대한 기초를 닦았으니 본격적으로 파야겠다 해서 이책, 저책 깔짝대고 나서야 생소했던 이름들이 입에 붙기 시작. 어쨌든 이론적으로 무지한 건 마찬가지다. 그저 풍월로 익힌 뮤지션의 명반을 챙겨들으며 재즈 트랜스의 맛이 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만으로 자족한다.

 

그럼에도 재즈 입교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색소폰에 대한 기호가 생겼다는 것. 우악스러운 생김새만큼이나 굵고 묵직한 선율이 불어넣는 천상의 신바람! 기력이 쇠해 막강 부스트가 절실할 때 색소폰 가락 한방이면 방전되었던 심신이 급속 충전된다. 색소포니스트도 캐면 캘수록 너무 많은데다 색소폰 음색이라면 이유불문하고 다 좋으니 특별히 가리고 자시고 할 건 없다.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색소포니스트 한 명을 꼽으라면 진격의 소니 롤린스옹. 솔직히 음악이 좋은 건지, 롤린스 옹의 연주가 좋은 건지 분간은 안 서지만 소니 롤린스 음반은 뭘 들어도 실패하는 법이 없다. 2008년에 내한 공연을 했다는데 당시 내가 이를 알았을리 만무하고, 여든을 넘긴 롤린스 옹이 또 찾아올 것같지도 않고. 그저 건강히 오래 살아 더 많은 연주곡을 남겨주었으면 하는 게 늦둥팬의 바람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