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밤샘 영화상영회
가정의 달을 맞아 이상북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밤샘 영화상영회.' 일산 살 때도 이상북에 자주 들르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언제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음에 심리적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젠 이 앙다물고 굳세게 마음 먹지 않는 이상 쉽사리 발길 떨어지지 않는 거리적 제약. 그래봤자 수도권 안이니 미친 척 셔틀할래면 얼마든지 할 순 있다. <대학살의 신>-<우리들의 낙원>-<조이럭클럽>으로 이어지는 명화들의 향연. 오랜만에 이상북 구경도 하고 명화 3편도 줄감상할 겸 여정을 떠나볼까.... 했던 야심도 '밤샘'이라는 수식 앞에 자진 기권! 괜히 갔다 추잡스레 잠만 처자고 오느니 가지 않는 편이 낫다.
여지껏 살면서 밤새 본 적은 딱 한 번. 다음날 이틀치 잠을 몰아서 자는 바람에 회사에 지각해 쌍욕먹었던 흑역사가 있다. 소싯적, 친구들이 우리집에서 1박을 할 때도 난 곧죽어도 밤은 못새니 너희들이 알아서 숙식을 해결하라며 당당히 손님 접대를 방만했다. 밤샘이 불가능하다면 혼자서라도 해결한다. <우리들의 낙원>부터 자가 상영 시작. 카프라 감독에 지미 스튜어트 주연. 뚜껑을 열기 전부터 진한 명작의 스멜이 난다. 그런데 영화 초반부터 차오르는 맹렬한 기시감. 이거 예전에 본 영화긔. 제목이 이리도 쌩뚱맞으니 이게 그때 본 그 영화가 맞는지 도통 알 길이 있나. 원제는 <You can't take it with you>. 우리말 제목이 영화의 기조를 담아내긴 했으나 원제와는 너무 다른 이질적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두 제목 간의 극렬한 뉘앙스 차이 따위는 차치하고, 그냥 이런 영화를 보면 그저 기만 찬다. 햐 1938년도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니... 역시 헐리우드는 헐리우드야!!! 카프라의 유토피아적 사상이 가장 극명하게 기저에 흐르고 있는 전천후 명작. 한 세기가 흐른 지금, 현란한 기술 놀림으로 관객을 미혹할 뿐, 100년 전 영화 발끝에도 못미치는 졸작을 양산하는 자들은 대체 뭣하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