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 미슐랭

흑임자 치느님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4. 9. 14. 18:22


몇 년 전 달짝지근한 흑임자에 골고루 버무린 닭맛에 홀딱 반해, 물리도록 처묵하고픈 맘이 굴뚝같았으나 차일피일 기약없이 미루다 시나브로 잊혀져간 수불. 은혜롭게도 얼마전 광화문에 분점을 내서 북상하셨다! 셋이 가서 점심 메뉴로 차돌들깨영양탕과 된장소스 삼겹삽 덮밥 정식,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흑임자 치킨 대령. 내가 너무 기대치를 높여놓아서 그런지 영 안 팔리는 치느님. 동행인들이 식사에 주력하는 동안 나는 닭뜯기에 열중. 어쩜 전에 먹었던 것보다 한층 더 맛있어진 거 같아... 이를 새까맣게 덮어버릴 만치 흥건하게 흑임자가 처발림된 껍데기와 부들부들 보드라운 살코기. 가끔은 이렇게 튀김 투혈로 혈관에 기름을 띄어주는 길티 플레져 요법을 실시해줘야 한다, 


딱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내 기준으로 심히 적은 양. 모자라게 먹어 더욱 입맛 다시게 만드는 것이, 미각 한계효용체감 법칙에 충실한 정량만을 내놓는다(고 좋게 생각하기). 흑임자에 다량 함유된 기름 성분과 닭튀김의 기름진 향미가 결합되어 막상 배 찢어져라 더 먹었다간 배 부른 건 둘째치고 느끼함을 견디지 못할 태세. 가격도 합리적이지만 음식이 하나같이 다 정갈하고 반찬 간도 크게 세지 않아 외식치곤 꽤 슴슴한 편이다. 프리젠테이션에도 소홀하지 않는 미적 센스. 트레이에 담긴 뚝배기와 모던한 미색 그릇의 조합은 한식 퓨전이라는 식이 장르를 표식하고, 미니멀한 데코레이션으로 심플함을 강조한다. 집밖에서 건강식 코스프레가 하고 싶거나 한식 찾는 외국인 접대에 적당한 퓨전 한식집. 돌아서니 금세 또 먹고파서 서래마을이나 이촌동으로 셔틀 한번 뛰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정식 개장을 목전에 둔 코엑스 파르나스몰에도 입점한다니 교통편 용이한 삼성에서 해결하면 되겠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