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중독 코스프레

욕설의 소설화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4. 11. 30. 16:14



야만적인 앨리스씨

저자
황정은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10-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재작년 가을에 오사카를 방문했다가 한신백화점 지하보도에서 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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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이 얼마전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신작을 내놓았다. 하,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채 읽지도 못했는데 이 언니 또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신작을 장바구니에 담고 바로 구매 클릭질을 하려는 찰라, 읽지 못한 이전작부터 시작하는 게 맞지 않겠냐며 <야만적인 앨리스씨>부터 집어들었다. 앨리스씨가 어떻게 하면 야만적일 수 있단 말이냐. 닥치고 오글거린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허세 어린 심상이 저어되어 출간 후 일년이 흐르도록 묵혀두었다. 그러나 책장을 덮으면서 역시 황정은이다 하고 탄성을 내뱉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왕년에 걸레 좀 물었네 하고, 어딜가도 욕으로 빠지지 않는 나이기에 황정은의 소설은 특히 더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씨발이 이토록 힘있고 아름다운 서사적 장치로 쓰일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황정은만이 가진 가장 큰 문학적 병기는 한 편의 음악처럼 읽히는 운율감이다. 욕설과 여백을 음표삼아 짜여진 황정은의 문장들은 어둑하고고 유현하다.  

 

황정은 소설이 김애란의 그것과 중첩되는 지점이 있다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다수가 사회 가장자리를 위태롭게 부유하는 소외자들이라는 것이다. 다만, 김애란의 인물들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개연성 높은 군상이라면 황정은의 인물들은 한층 음습하고 기형적이다. 김애란은 현실밀착형 인물들로 환상적 운무가 자욱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황정은은 인물에서부터 서사에 이르까지 초현실주의로 도배된 몽환의 세계를 주조한다. 황정은 소설에서 욕설의 상스러움은 휘발되고 이야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성스러운 공감각적 장치로 변모한다. 한때 욕 틱장애를 앓았던 적이 있다는 황정은의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욕설은 황정은이란 작가 깊숙이 장착된 예술 지문과도 같다. 문학이 선사하는 감정 정화에 더하여 욕설의 배설까지, 황정은 소설은 감상적 쾌감을 두배로 만끽하게 하는 진정한 원플러스원 문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