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buff 빙의

원조는 힙합 뮤지션이 아니라 영화 제목이었음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4. 4. 24. 19:56

 


공공의 적

The Public Enemy 
3
감독
윌리엄 A. 웰먼
출연
제임스 캐그니, 진 할로우, 에드워드 우즈, 조안 블론델, 도날드 쿡
정보
액션, 범죄 | 미국 | 83 분 | -

 

짧다. 짧아서 좋다! 고전 영화치고 이렇게 템포 빠른 영화는 거의 처음인듯. 당대 평균 러닝 타임을 고려하면 TV 커머셜 수준이다. 제대로 각잡고 몰입 좀 해볼까 하니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초창기 흑백 영화, 그것도 갱스터 영화의 효시로 여겨지는 <공공의 적>을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제임스 갠돌피니의 힘. 잉여력을 불살라 하루 한 편, 규칙적인 시청으로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소프라노>. 극중 토니가 함박미소를 지으며 스크린에 빨려들어갈 기세로 시청하던 영화가 바로 이 <공공의 적>이었다. 개취 기준, 고전 영화와 갱스터 장르는 엔간해선 내키지 않는 최악의 조합. 그러나 토니가 웃으면 나도 웃고 토니가 좋다면 나도 좋다! 도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토니를 그렇게 미소짓게 하는지 내 스스로 알아내리라! 하여 토렌츠로 긴급 소환.

 

금주령 시절, 불법으로 부와 권력을 축적한 갱스터 듀오가 결국 피의 대가를 치르게 최후를 된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플롯. 촌극을 방불케 하는 과장된 연기와 허술한 액션씬은 우스꽝스럽지만 짧은 러닝 타임만큼이나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전개 방식이 세련됐다. 이 영화의 백미이자 충격적 결말 장면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남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지점은 주인공 탐의 어머니 캐릭터. 자식에게 지고지순하지만 무력하고 맹목적인 어머니 상을 보여준다. 답답할 정도로 아둔하고 갱스터 아들 앞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탐의 어머니는 그악스럽고 주책없는 토니의 어머니와 극렬한 대조를 이룬다. 이 영화는 토니 어머니가 돌연 사망하는 에피소드에 삽입되었는데, 인생의 애물이었던 어머니의 부고를 접한 토니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서브 텍스트를 형성한다.

 

갱스터 장르의 원조를 맛보았으니 이젠 궁극의 대부 삼부작에 도전할 차례. 결국 <소프라노> 시리즈도 영화 <대부>에서 모티브를 따와 대중문화 텍스트로 변형한 산물이니, 대부를 보고 나면 소프라노 곳곳에 숨겨진 갱스터 장르의 원형을 발견하며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시즌 5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느려진 감상 태엽. 시즌 6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좀더 힘을 내어 완주까지 전격 박차 궈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