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관계 백서_ Before Tri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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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1996)

Before Sunrise 

8.8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안드리아 에커트, 어니 만골드, 하노 푀스츨

정보

로맨스/멜로 |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 | 100 분 | 199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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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 (2004)

Before Sunset 

8.9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버논 도브체프, 루이즈 르모이네 토레스, 로돌프 파울리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 80 분 | 200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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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미드나잇 (2013)

Before Midnight 

7.7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샤무스 데이비-핏츠패트릭, 아리안느 라베드, 아티나 레이첼 챙가리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8 분 |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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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 거창한 스케일의 시공간 연출이나 휘황찬란한 플롯을 반드시 전제할 필요는 없다. 비포 3부작만 비추어보아도 대본의 필력과 배우의 연기력만으로도 얼마든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 <비포 선라이즈> 이후 수많은 영화팬들의 애정과 지지를 받으며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과시했고 10여년의 텀을 두고 2편의 후속작이 만들어졌다.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투적 주제를 건드리지만, 사랑을 경험한 자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과 문제들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고색창연한 유럽 도시를 배경으로 셀린(줄리 델피)과 제시(에단 호크)의 동선을 느긋이 밟아가는 과정에는 낭만이 살아 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핑퐁처럼 오가는 재기발한 repartee만으로도 영화 감상의 즐거움은 차고 넘친다. 우디 알렌의 앙칼진 시니시즘과는 또다른 풋풋함이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Kath Bloom의 노래를 들으며 두 사람이 미묘한 긴장감을 탈 때나 서로 동성 친구를 가장한 채 가상의 대화를 나눌 때 등 연애 초기의 설레임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들은 장면들은 언제 봐도 명장면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사랑의 정의와 남녀 관계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보편적 물음들을 던진다.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낄 때의 두근거림과 오랫동안 가슴 한 켠에 묻어왔던 옛사랑과 대면하는 재회의 순간, 그리고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현실이 되었을 때 두 남녀의 관계는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인가.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이 낯선 여행지에서 첫눈에 반한 두 남녀가 격조하다  세월이 흘러 재회를 하게 된다는 일장춘몽 식의 설정으로 로망을 담았다면, <비포 미드나잇>은 둘의 관계를 결혼이라는 제도에 종속시켜 현실적 차원으로 끌어내린다.

 

두 사람은 수많은 팬들의 염원대로(?) 서로를 또다시 허무하게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스스로를 편입시킨다. 투명한 피부와 풍성한 금발의 싱그럽던 20대의 셀린은 쌍둥이 딸을 가진 억센 40대 중년 여성이 되었고, 제시는 전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의 관계가 소원질까 전전긍긍하는 보통의 아버지가 되었다. 영화 속 캐릭터는 관객과 함께 늙어가고 숨을 쉰다. 여전히 셀린과 제시의 이야기는 지구 반대편 어디에선가 진행중일 것만 같다. 애초에 감독이 후속을 예정에 두고 열릴 결말을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20대에서 30대, 그리고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연령의 추이에 따라 남녀 관계의 변화 양상을 이만큼 생동감있게 묘사한 영화도 드물다. 억지로 이어붙인 흔적없이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유기성도 과히 경탄할 만하다. 언제고 어떤 장면을 꺼내 보아도 행복한 영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