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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다이어리

따로국밥 레시피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4. 3. 20. 19:05

미각 실종한 블로거들은 내 지갑을 좀 먹는 원흉이다. 설레발에 설레발을 치는 포스트에 낚여 숟가락 내던질뻔한 게 한두번이 아님. 그리고 오늘, 스벅으로 백엘보를 당했다. 스벅 케익은 대체로 (완전) 별로여서 내 돈 주곤 안 사먹으나 오늘따라 급 치즈느님이 임재하셔, 가까운 스벅 블루베리치즈케익을 일개 처묵했다. 치즈가 꾸덕하니 맛좋다는 블로거들의 간증을 철썩같이 믿었다. 설마 평타는 치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따로 노는 케익이라니. 헐 이거슨 전대미문의 미각적 충격이다. 블루베리, 치즈, 오레오 시트. 그 어느 것 하나 어우러지지 않는 천상의 불협화음! 살다살다 이런 기괴한 미식 체험을 다 해보고.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블루베리가 이렇게 맛없어질 수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치즈가 이런 기묘한 맛도 날 수 있구나.. 케익 시트를 이렇게 뭉쳐지지 않게 할 수 있네... 푹 떠서 한입했을 때 물과 기름마냥 각각의 고유한 맛이 그대로 전해지는 마법의 레시피. '익숙한 것과 결별'하게 해준 스벅에게 땡큐 레터라도 보내야겠다. 몇 달 전 할머니 댁에 방문할 때 주변에 사갈 게 마땅찮아 스벅 케익 몇 개를 사갔더랬다. 그때 이 뻑킹 블루베리치즈도 꼽사리 껴있었음. 케익을 한 스푼씩 떠 잡수실 때마다 일그러지던 할머니의 표정. 종국엔 느끼해서 도저히 못 드시겠다며 치워버리셨다. 아... 이제서야 깨달았다. 낼모레 아흔을 바라보시는 할머니께 불로초를 갖다바치지는 못할 망정 천하의 불효을 저질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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