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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buff 빙의

돌고 도는 순환 루프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4. 3. 7. 06:34

 


럭키 원스

The Lucky Ones 
8.6
감독
닐 버거
출연
팀 로빈스,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페나, 애니 콜리, 스펜서 개럿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15 분 | -

 

The lucky ones. 우리말로 하면 '운좋은 자들'쯤 되려나. 각기 다른 사유로 귀국길에 오른 세 명의 이라크 파병 군인이 조우하면서 펼쳐지는 우습지도 슬프지도 않은 삶의 여정. 그들은 전장에서 무사히 운좋게도 살아남아 고국 땅을 다시 밟았지만 돌아갈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신성한 '세계 평화'의 의무를 다하느라 부재한 사이, 일상에 도태되고 관계들은 단절되었다. 다짜고짜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당장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무게에 좌절하는 치버. 전쟁터에서 입은 부상으로 남성성을 영원히 거세당할지도 모를 두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마초 T.K. 가족과 의절하고 오갈데 없는 신세라 불의의 사고로 전사한 전우의 집에 의탁하고자 무작정 발걸음을 향하는 콜리. 이들 모두 총성이 빗발치는 전장에선 행운의 생존자들이었지만 현실에선 그저 돈 없고, 의지할 데마저 여의치 않은 아웃캐스트들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깔끔하게 전사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치버는 퇴역 군인의 신분이지만 결국 아들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재입대를 결심한다. 두 사람 역시 애인도 가족도 연이 희미해져버린 고향을 뒤로 하고 군으로 복귀한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을 반기지 않는 사회에 적응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적어도 군대에선 한치 앞도 예측 불허하게 생과 사를 오르내리더라도 존재의 이유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상적' 삶을 스스로 유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강요된 선택. 혼돈과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실오라기 희망은 생면부지 이방인에게서 발견한 뜨거운 전우애와 휴머니즘이었다. 찬밥 신세였던 인문학이 또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지금, 왜 인문학이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인간은 인간으로부터 상처받고 쓰러지지만 역으로 인간을 통해 치유받고 갱생의 의지를 되찾는다, 그래서 인문학이 존재하고 인문학을 늘 일상적 차원에서 곁에 두고 들여다봐야 함이라 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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