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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통계라 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라고 막연히 경계심을 품었다. 숫자는 말보다 힘이 세다. 과학기술이 범람하는 현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데이터를 멋대로 편집해서 불순한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잡범스러운 행태를 적잖이 목격하며 통계 불신력(?)을 남몰래 키워왔다.
그런데 통계 자체가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까진 미처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나름 권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통계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스티글러는 통계학의 학문적 근간이 되는 7개의 뼈대를 다음과 같이 추출했다.
자료 집계(Aggregation)
정보 측정((Information Measurement)
가능도(Likelihood)
상호비교(Intercomparison)
회귀(Regression)
설계(Design)
잔차(Residual)
통계에 과문한 1인의 식견으로도 통계가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7개 요소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으나 저자가 논지를 개진하는 방식은 대단히 난삽하다(고 믿고 싶다). 읽는 내내 지적 혼돈의 무아를 경험했는데 막판에 이르러 정신이 번뜩 나게 하는 저자의 초강력 파이널 펀치. “나는 여덟 번째 기둥을 어디에 세울지 점지해두었으나 너희한테 알려주진 않겠다. 용용 죽겠지”라며 끝까지 우롱의 끈을 놓지 않으니 더러워(?)서라도 내 스스로 찾고 말겠다며 흥칫뿡 이를 갈았다.
쓸데없는 오기를 동력 삼아 제 8의 기둥이라고 묘안을 짜낸 게 상상(Imagination)…? 내 멋대로 “상상”의 기둥을 세우고 나니 왠지 나머지 7개와는 결이 맞지 듯한 느낌적 느낌. 해서 이 모든 기둥을 포괄하는 지붕으로 용도 변경. 제 아무리 구조적으로 완벽한 통계일지라도 사회를 이롭게 하는 창발성으로 확장되지 못한다면 하등의 무용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는데 그쯤은 지금 지나가던 개도 다 알만한 얘기라고 폄하해도 하릴없다. 이 책이 주는 인사이트의 크기가 딱 고만큼이고 난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지적 ‘노오력’을 했다고 자못 떳떳(뻔뻔)하게 말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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