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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그거 해서 뭐하는데'라는 식의 딴죽을 걸기 시작하면 삶의 의미는 급격히 퇴색된다. 인풋에 상응하는 최소 아웃풋이 예측 가능할 경우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겠다는 논리인데 이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사망 선고와 진배없다. 윤리적 잣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간 정신 세계를 고양시키는 모든 행위에는 저마다 의미가 깃들여져 있다. 인간은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창조하는 유일한 영장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시대는 효용의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행위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가치한 것으로 격하시키고 '잉여'라 조롱한다.
지금 당장은 무용해 보이는 움직임이 모여 나를 변화하고 가치를 만들며 세상을 추동한다. 이런 맥락에서 러셀은 무용의 잠재적 가치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지성이었다. 러셀의 통찰력은 노동이 미화되고 인간이 이윤 창출의 한낱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지금 여기'를 고발한다.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개개인이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끊임없이 정립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숨구멍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약간은 결이 다른 얘기지만 살면서(특히나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다. 굳이 겪지 않았어도 될 경험도 분명 존재하지만 전혀 무관하게 보이던 크고 작은 경험의 시간들이 어느 지점에선가 하나로 귀결되어 자아가 확장된 듯한 힘을 받을 때 러셀의 전언은 더없는 진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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