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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질나게 비디오 빌려보던 시절에나
반납하기 전까지 두번세번, 열번이고 돌려보고 또 봤지,
VHS 시절이 막을 내리고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영화뿐 아니라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때
한 영화를 2번 이상 보는 거란 일 아닌 일이다.
나홍진 감독의 괴물 같이 무시무시한
역대급 신작이 탄생했다고 세간이 제아무리 떠들썩한들
담약한 1인에겐 1도 어필하지 않는 오컬트 영화.
그런데 이걸 무려 4번이나 생으로 봤다.
과제라고 리뷰를 쓰긴 써야겠는데 뭘 써야 할진 모르겠고
좋아하지 않는 감독의
좋아하지 않는 류의 영화를 논하자니 눈앞이 막막.
그래서 보고 또 보다보면 뭔가 가닥이 잡히지 싶어
무식을 가장, 닥치고 반복 시청 한다는 게
도합 4번이 되어버렸다.
대중과 언론의 극렬한 반향이 거품이 아니라는 건 인정,
모두가 극찬하듯 역대급 수작이라는 것까지도 동의.
3번쯤 보니 이건 그냥 보통 차원을 뛰어넘은
'미친' 영화라고라고 확신에 차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곡성 신드롬은 진작에 한물 간 상황...
남들 다 볼 때 넋 놓고 모르쇠하던 내 죄이겠니 하며,
혼자 처연스레 감상의 흥분을 달래야 했다.
치밀한 연출과 풍성한 플롯으로 사방형 해석이 가능.
'도대체 저 장면은 쓸데없이 왜 넣었을까'라는 질문을
단 한번도 품지 않게 할만큼
허투루 넣은 장면 하나 없이 완벽한 내적 통합을 이루고 있다.
홍어삼합 같이 명치를 서서히 휘갈기는
후폭풍을 안겨주는 필살의 역작.
배우들의 연기는 누언할 필요도 없이 최고다.
황정민이나 천우희는 장내의 상찬에 비해 임팩트가 약했고,
곽도원와 김환희의 연기가 압권이었다고 본다.
곽도원이야 원래 모태존멋 연기파니 패스,
김환희는 이 아이는 그냥 천재.
어린 것이 인생 다 산 사람처럼
어찌나 시원하고 걸죽하게 욕을 내뱉는지
야 덕분에 전라도 사투리까지 호감이 되었다.
나홍진 감독을 딱히 애정하는 건 절대절대 아닌데
다른 유명 감독에 비해 과작이다 보니
<추격자>, <황해>에 이어 <곡성>까지
결과적으로 나홍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3편을 모두 다 봐버린 셈이 됐다.
<추격자>를 봤을 땐 감독이 쫌 하네,
<황해>를 봤을 땐 감독의 정신 세계가 영 이상한 것 같아,
그리고 <곡성>을 봤을 땐 이 감독 싸이코 맞네 맞아!
무지막지한 싸이코라기 보다
천재끼가 농후한 예술형 광인이랄까.
이 양반 인터뷰 영상을 보면 더더욱 이를 확신하게 된다.
당최 뭔 말을 하는 건지 아리송한 외계 화법.
대답이 길어질수록 애초의 질문과는
점점 동떨어지는 뜬금포 화술.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뱅뱅 돌려 말하는 기망 공법까지.
천재가 아니라면 이토록 능란하게
우리말을 외국어처럼 이질감 나게 할 순 없지 않겠냐며,
이 정도 수작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눌변일리 없고
그저 다 내가 멍청해서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현혹'시킬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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