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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애런라이크의 배신 3부작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긍정의 배신>
저자는 긍정만이 미덕임을 강조하는 시대적 종용 속에서 단비처럼 시원한 일침을 쏘아 준다. 구조적 실패를 은닉하고 모든 것을 전적으로 개인의 무능과 책임으로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비판의 변주다. 무조건적인 긍정이 현실을 낫게 하고 상황을 진전시킨다는 맹목적 믿음을 주입함으로써 순종적인 피지배층을 양산하고자 한다. 긍정은 선, 부정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 속에 긍정이야말로 모든 걸 해결하는 열쇠이자 참된 사회 구성원으로 기능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임을 세뇌당한다.
자기계발서의 대다수가 기실 긍정적 사고 탑재에서부터 출발한다. 자기계발서란 장르 자체가 개인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사회구조론적 맥락에서 철저히 분리시킨 채, 개인의 태도와 노력으로 성공을 쟁취해야 한다는 기득권적 사고에 기초한다. 긍정적 사고야말로 이것을 sugarcoat하여 기득권을 고착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도구이자 나긋한 독려로 안성맞춤이다.
맹목적 긍정을 설파하는 기독교계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는 특히 종교적 깊이는 전무하고 '하느님은 당신이 부자를 되기를 바라신다' 식의 오로지 대책없는 기복적 긍정만을 설파하는 조엘 오스틴을 집중 가격하고 있다. 오스틴의 책이나 설교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성서를 자신만의 문법으로 재해석하는 신학적 깊이는 찾아볼 수 없으며 무조건 바라는바를 기대하면 하느님이 그대로 이루어 주신다는 식의 솜사탕 같은 이야기만을 두서없이 늘어놓는다.
현실에 조금이라도 회의적인 목소리는 모조리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현실 개선에 하등에 도움되지 않는 잡음으로 매도당한다. 이러한 낙관주의 일색의 기조 속에서 곳곳에서 속출한 경제 위기의 징후들이 간과되었고, 이는 결국 2008년 금융 위기에서 처절하게 입증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세계 경제가 나락의 늪으로 빠지게 된 것도 실상 예정되어 있던 필연적 결과였다. 물불 가리지 않는 긍정 신봉을 타파하고, 만약을 대비한 철저한 준비성과 현실 감각으로 무장된 '합리적 긍정주의'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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