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호텔 더 베이커리 치즈케익. 이거 먹자고 이 휴일에 역삼까지 갔다왔다. 인당 두 개씩 썩션. 그냥 한 피스씩만 살걸 그랬다. 두 조각 먹고 나니 눈까지 치즈가 꽉찬 느낌. 케익이 아니라 그냥 치즈다. 찐득하고 달지 않지만 특색이 없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맛이 있다고도 할 수 없는, 홀로 안사고 조각으로 양껏 맛본 게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맛이랄까. 개당 6,000원이니 호텔치곤 싸다. (그만큼 내부가 너무 구렸다... 90년대를 방불케하는 복고 바이브...) 딸기가 올려졌음 좋았을텐데 딸기 제철이 아니라 그런지 석류와 (맛없는) 초콜릿이 흩뿌려진 낫마이스탈 데코. 나름 신뢰했던 몇몇 블로거들의 상찬만 철석같이 믿고 생전 갈 일없는 역삼까지 셔틀한건데 아놔 근..
돈을 쥐어준대도 학을 떼며 마다할 만큼 싫은 게 있다면 그거슨 바로 여행. 그러니 매년 여름 휴가 계획이 있을리 만무하고 나에게 휴가란 응당 밀린 맛집 탐방의 의무를 실천하는 성스러운 주간이다. 올해는 휴가 일수가 마땅히 주어진 것도 아니고 여행에 취미가 없으니 굳이 휴가를 자처할 이유도 없다. 그래도 폭염이 숨구멍을 죄어오는 한여름에 남들 다 쉬는데 혼자 풀근무 모드를 지키는 건 왠지 억울하다며 하루 휴가를 내어 가로수길을 뛰고 왔다. 메인 미션은 르타오 전격 체험! 다른 건 몰라도 치즈 케익은 남다른 애정으로 부단히 깊고 넓게 파고 있는 주종목. 신상이 접수되면 직접 먹어 보고 평가를 내려야 한다. '10초에 하나씩 팔리는 훗카이도 명물 치즈 케익' (개뻥 치지 마라)으로 유명한 르타오가 올 상반기에..
올 여름 한 주에 한 번꼴로 정기 섭식했던 콩국수. 콩국수 덕후를 충족시키는 궁국의 국시집 계절 메뉴. 9월을 마지막으로 판매가 종료됐다. 난 이집에선 이게 제일 맛있던데...(철푸덕) 맑은 콩국물에 얇은 소면을 담아낸 버전도 맛있지만 암만해도 이렇게 되직한 콩국수가 갑 오브 갑. 수저질이 빡빡하게 느껴질 정도로 진한 콩국물과 쫀득하고 찰진 소면이 대접 한가득 내어진다. 같이 갔던 여자사람들 거의가 짐승포션에 질겁해서 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게 보통이지만,난 사발 밑동이 허옇게 드러날 정도로 싹싹 비워 콩국수 덕후의 위상을 드높였다. 9,000원이 아깝지 않은 고양질 면식. 주말에도 먹고 싶어 콩국만 파실 순 없냐고 물었다가 가차없이 까였다(부숴버릴 거야...). 내년에나 또 먹을 수 있을 그리운 존..
몇 년 전 달짝지근한 흑임자에 골고루 버무린 닭맛에 홀딱 반해, 물리도록 처묵하고픈 맘이 굴뚝같았으나 차일피일 기약없이 미루다 시나브로 잊혀져간 수불. 은혜롭게도 얼마전 광화문에 분점을 내서 북상하셨다! 셋이 가서 점심 메뉴로 차돌들깨영양탕과 된장소스 삼겹삽 덮밥 정식,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흑임자 치킨 대령. 내가 너무 기대치를 높여놓아서 그런지 영 안 팔리는 치느님. 동행인들이 식사에 주력하는 동안 나는 닭뜯기에 열중. 어쩜 전에 먹었던 것보다 한층 더 맛있어진 거 같아... 이를 새까맣게 덮어버릴 만치 흥건하게 흑임자가 처발림된 껍데기와 부들부들 보드라운 살코기. 가끔은 이렇게 튀김 투혈로 혈관에 기름을 띄어주는 길티 플레져 요법을 실시해줘야 한다, 딱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내 기준으로 심히 적은 ..
아티제는 좋아하지 않지만, 저렴한 부페라면 두 눈 희번덕 환장. 그래서 최근 올데이 브런치 부페로 리뉴얼된 정자점에 갔다왔야만 했다. 1인 23,000원에 클럽아티제로 결제하면 10% 할인. 돈을 좀 더 추가하면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메인으로 즐길 수 있다. 블로그로 훑어본 바 가짓수가 많진 않으나 위장 크기가 예전만 못한 탓에 부페에서 큰 빛을 발하지 못하는 단품형 식이자. 말로만 부르짖는 소식을 실천하기 적합한 무대다. 집밖으로 나왔는데 딱히 갈 데도 없고, 우선 끼니 해결이나 하자 해서 아티제로 궈궈. 마치 부페 입성만을 기다린 양, 딱 10시 정각에 도착. 아직 개시로 안 한 텅 빈 2층에 자리잡고 전투적 뽕뽑기 태세에 돌입했다. 이틀 금식하고 간 거라 미친 듯이 퍼다 먹느라 사진 따위 찍을 겨를이..
남루한 평일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면 귀가길 신세계에 들러 딘앤델루카 마감세일질하기. 7시가 넘으면 케익류를 제외한 전 베이커리류가 30프로 할인된다. 은혜로운 할인에 힘입어 이거저것 다 먹어봤는데 빵류는 그닥. 닥치고 치즈 케익이 진리다. 평균 케익 시세에 비해 6500원이라는 착한 가격. 내입맛엔 베키아 앤 누보보다 여기 치즈 케익이 더 진하고 맛나다. 김영모 마카다미아 치케도 괜찮은데 쿠키 시트가 너무 두껍고 목구멍 타오르리만큼 달다. 한번은 아침 댓바람부터 그거 한판을 다 먹고 종일 아무것도 안먹었는데도 잠자리에 들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는 폭풍 칼로리의 위엄을 체험했다. 딘앤델루카는 그에 비하면 확실히 덜 단 편. 동상님은 이것도 넘 달아서 두번은 못 먹겠다는데 난 하나도 달지 않고 매일을 ..
01 02 03 04 런치 코스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소문 듣고 오키친 답사 뙇! 여의도점 대신 광화문점에 다녀왔는데 요즘같은 시국에 광화문 종로 일대에 나가면 휴일에는 더군다나 꼼짝없이 유배될 위험이 있다는 걸 까맣게 망각해버린 우매를 범함. 오며가며 거의 3시간 반을 길바닥에 버리고 해가 뉘엿뉘엿질때 되서야 겨우 집에 왔다. 피같은 휴가에 지금 일분 일초도 아까울 판인데 아놔... 암튼 지인이 침이 마르도록 추천한 거에 비하면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음. 대체로 무난한 수준이고 식전빵은 수분이 말라서 퍼석하고 식어있기까지 해서 영 별로였다. 결국 정말정말 맛있다며 엄지척 들어올리던 친구님의 극찬이 낮은 만족도의 원흉이라고 결론 지음(걘 옛 이태워 본점에서 런치 말고 단품을 먹었지않나 싶음). 문제는 커피까..
올 여름은 제대로 된 빙수 한번 들이키지 못하고 싱겁게 여름이 저물어가고 있다. 빙수 덕후의 원통함을 어떻게든 풀어야 두발 뻗고 잘 기세. 제철 먹부리밍 대안으로 젤라또 일개라도 먹겠다고 아브뉴프랑으로 출바알. 종목 가리지 않고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라면 팔도 어디든 찾아간다. 그러니 판교 따위 우습지도 않음. 오늘의 미션은 젤라또와 커피. 새벽부터 (며칠 동안 먹고 싶어 영혼 바쳐 환장했던) 족발을 뜯었더니 속이 니글거리는 통에 상큼개운한 주전부리가 긴급히 필요했다. 아이스크림은 무조건 녹차와 베리류가 진리. 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복분자, 히비스커스랑 녹차를 담고 삽시간에 클리어. 히비스커스가 제일 색은 곱지만 맛은 역시 하동 녹차가 갑 오브 갑. 쌉싸름한 녹차의 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개운하게 ..
밀가루와 결별하며 (호밀빵이나 치아바타는 몰라도) 스콘 끊은지는 오래됐는데 뜻하지 않게 나를 굴복시킨 무적강호를 만났다. 성골 견과 마카다미아와 크랜베리 등등 부재료를 한껏 품은 요구르트 브레드! 제목처럼 요구르트가 들어갔는지 어쨌는지 맛으로는 전혀 알 길 없고, 부재료 농밀한 스콘 4개가 합체된 대형 스콘이라 칭함이 적절하다. 울퉁불퉁 투박한 외피에 십자 나사 모양의 실루엣. 빡쳤을 때 돌덩이 대신 내던지기 딱 좋은 육중함을 뽐내며 스콘처럼 퍽퍽한 식감에 딱히 취미 없는 이도 감읍할 별미다. 아작아작 통째로 씹히는 견과와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진솔한 밀가루 향미. 9700원이라는 뜨악스런 가격에도 매일매일 코피와 곁들어 먹고 싶은 존맛 프렌. (스콘 4개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님) 식구..
얼마 전 국내 유일의 포르투갈 음식점이 상수에 문을 열었다. 이런 신상 맛집은 일단 가줘야만 한다. 마침 연휴 먹부림 찬스가 생겨 이를 전격 활용! 포르투갈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경영하는 작은 가게. 단출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본토 맛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에 여전히 생소한 포르투갈 음식을 선보이고 있으니 그 유니크함만으로도 호기심이 동한다. 민트색 바탕에 포르투갈 국기를 장식한 외관이 산뜻하니 참 예뻤는데 땡볕에 쩔어 헐레벌떡 뛰어오느라 카메라에 담을 새도 없었다. 포르투갈에선 사실 정어리와 빵을 주야장천 먹었다는 것 외엔 딱히 떠오르는 식이심상이 없다. 에그 타르트는 그 맹렬한 단맛에 질겁하곤 두번 다시 입에 대지 않았고, 프란세지냐와 카스테라는 먹어봤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다. 아무려면 어떠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