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모임중독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첫째 그럴 체력이 안되고 은근 숫기가 없는데다가 소모적인 인맥 확장을 극혐한다. 그런데도 꾸준히 모임에 적을 두게 되는 것은, (계속 작은 곳으로 이직을 하다보니) 직장에서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갈급함이 있어서다.20대를 허송하고 자칭 '10년을 늦게 사는 이'로서 도태의 위기, 학문적 호기심, 생계/노후 불안, 지적 허영(?)이 한데 얽힌 모종의 발악이랄까.30대에 접어들면서 독서 모임에 입문했고선천적 뒷심 부족 증후군도 극복하고 어차저차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끈을 놓치는 않고 있었지만 근거지를 옮긴 이래 물리적 거리를 이기지 못하고 무기한 보류. 이제 마포구, 서대문구는 엄두조차 안나는데 그나마 가깝다는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그지없는 독서 인프라. (..
송년회를 마친 귀갓길에 총총 들른 최인아 책방. 환승지 선릉역에 위치하니 그냥 지나치기 섭섭한규. 지난 여름부터 간다간다 하는 게 장장 연말까지 왔다. 아 이 죽일 놈의 게으름. 실내는 생각보다 작고 보유도서는 생각보다 많다. 최인아/정치헌 대표도 직접 보았다. 혼자 반가운 마음에 인사라도 건네고 싶지만 대놓고 낯 가리는 숙맥이라 알고도 모른척 하는 지질한 손님. 안경까지 껴가며 샅샅이 둘러보니 역시나 '읽어봄직한 좋은 책'들만 엄선해서 진열해놓았다. 책방 하나 믿고 아무거나 사서 봐도 손해볼 일은 없다. 이김에 사려했던 책도 득템하고 룰루랄라 조증되서 집에 옴. 욕심부리지 말고 매달 1회 외근길에만 들러도 모범 손님되겠다.
팟빵 1위를 달리는 . 얼마전 돌을 맞았다. 난 사실 나꼼수 때도 김용민은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지라 호기심에서라도 들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용민이 자타가 공인하는 재주꾼이라는 거야 불문가지. 그러나 수위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과도함이 항상 왠지 모르게 부대꼈다. 그런데 우리 돼지가 달라졌다. 잡음 섞인 대소사를 겪으면서 맷집만 강해진 게 아니라 돼지력이 한껏 숙성 업그레이드됐다. 총선이 끝나고 정치사회 팟캐스트들의 업댓 텀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거나 파볼까 하는 요량으로 시험 청취. 한번 듣고 바로 낚여버린 시사 돼지의 저력. 고정 청취풀에 바로 추가했다. 과연 와 의 아성을 무너뜨린 원조 팟캐돌이오. 팟빵 순위를 보면 진보 진영의 정치 프로가 순위권을 휩쓸고 있다. 이슈가 되는 아이템은 빤한데다 관..
반년 동안 야근 크리를 당한 뒤 남겨진 것은 피폐해진 몸뚱아리뿐. 노화를 앞당기는 격무의 잔재. 과중 업무도 서러운데 나날이 '못생겨짐'을 자각한 뒤 엄습한 위기 의식. 그래서 나도 김태희가 즐겨먹는다는 오쏘몰을 먹어보았다. '김태희 비타민'로 더 유명한 건강기능식품. 한팩이 딱 한달치 분량이다. 면역 개선을 위해 이뮨 드링크형을 선택. 위에 알약을 뽁 따서 아래 액상비타민과 함께 호로록 들이키는 깔끔편리함. 비타500 20개를 농축한 듯 진하고 새콤한 맛. 야쿠르트 뒤쪽을 이로 구멍내서 쪽 빨아먹던 재미가 살아 있다. 혹자 왈, 그거 먹는다고 너가 김태희가 될 거 같냐, 오크가 발악을 하고 있다느니 이죽대겠지. 흥칫뿡. 이번 생은 글렀지만 나도 김태희가 먹는 거, 맛이라도 보자. 한달 동안 복용해본 결..
2005년 보아가 팝의 강소 여신으로 숭앙되던 즈음, 그에 필적할 만한 막강 실력의 신예 십대 여가수가 소속사의 물심양면 지원 아래 데뷔를 목전에 앞두고 있다는 뉴스가 케이블 음악 채널을 중심으로 간간히 보도되었다. 그 이름은 제시카 H.O. 내가 선호하는 교포 마스크에 탄탄한 몸매 폭발 가창력과 안무 실력까지 보아와 견줘도 뒤질 게 하나 없는 완벽 패키지! 딱히 타이틀 노래가 착 감기는 건 아니었지만 흑인스러운 음색과 가창력만큼은 나이답지 않은 짐승 포스였다. 이정도면 보아만큼의 스타 잠재력을 가진 비장의 카드 맞네 맞아! 제시카 언니빠를 자임하며 열심히 앨범도 챙겨 듣고 당시 과외하던 학생에게도 전도하고 보아를 납작하게 눌러버릴 초대형 스타로 대성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한 달, 두 달이 지..
2015 이태원 앤틱 앤 빈티지 페스티벌 두둥! 아놔, 벌써 일년이 흘렀구나. 봄에는 시기를 놓쳐 못 가서 가을만을 벼르고 있었다. 작년에 정작 필요했던 접시는 안 사고 티컵 1조 달랑 건져온 게 한이 되서 오늘은 접시에 주력. 집에 와서 전리품을 전시하니 접시만 8장이다. 이번에는 변변찮은 찻잔 하나 못 건진 게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점심 처묵하고 코피 한잔 마시고 정신차려보니 어느덧 3시. 날씨가 좋으니 여기저기서 기어나온 인파로 이태원 일대가 북적이긴 했으나 앤틱 거리는 생각보다 크게 붐비진 않았다. 둘러보는 데 크게 지장없을 정도의 트래픽. 판매 물품도 작년보다 풍요로워진 듯한 아무 근거없는 느낌적 느낌. 그릇 장만이 주목적인데 엄한 악세서리만 쓸어담고 왔다. 발길 닿는 가판대마다 멈춰서서 막날..
오늘은 킨들님 오신날!!! 일동기립해서 축포를 쏘아야 한다. 주문하고 나흘 만에 입수. 오늘내일 통관할 물건이 하나 더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하루 시차를 두고 합산 과세의 불운을 면했다. 생돈 뜯기는 건 아닌가 해서 하루 종일 똥줄 탔다는. 전자책은 본 적도 없고, 볼 생각도 없었지만 불현듯 나를 잠식시킨 킨들 물욕. 통상적 차원의 전자책은 아니라도 전자책 (비슷한 것)으로 밥벌어 먹고 있고 앞으로도 이 언저리에서 생계를 해결할 공산이 크므로 전자책의 실체에 대해 전혀 무지하다는 것은 석고대죄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걸 이제서야 깨달은...) 크레마나 비스킷 등 얼추 비슷한 사양의 국산 단말기를 살까도 했지만 그래도 전자책 단말기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킨들로 입문하는 게 정도이다 싶어 페이퍼화이트3 낙..
공식 명칭은 플레이모빌. 그러나 나에게는 영플레이모빌. 내 또래 세대라면 다들 기억할 것이다. 굴지의 장난감 회사였던 영실업. 80년대 당시 플레이모빌을 라이센스 계약으로 공급하던 업체가 바로 영실업이었다. 영실업이 파는 플레이모빌, 그래서 영플레이모빌이라는 합성어로 7080 어린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원래도 장난감이 많았지만 여섯살 터울지는 동생 덕분에 장난감 마를 날이 없었다. 그중 태반이 인형.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도 동생 방에서 인형놀이를 하곤 했다. (누가 보면 미친년이라고 할 정도로 혼자 극적인 상황극을 했음) 인형 다음으로 유별한 애정을 가졌던 장난감이 플레이모빌. 레고와 인형의 중간 지대에서 색다른 놀이의 맛이 있었다. 테마별로 소량씩 구매해서 수집하는 기쁨도 대단히 컸다. 그 많던 ..
설레발 좀 쳐서, 성남시 일대를 흥분으로 들끓게 했던 신 쇼핑 메카, 판교 현대백. 백화점치고 동양 최대 규모라든데 왠지 중국에 여기보다 더 큰 게 있을 것 같다. (아님 말고) 신상이라 역시 내관 외관 모두 멀끔하고 넓직하니 잘 만들었다. 개점 전부터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곳은 바로 지하 식품관! 요즘 핫하다는 브랜드는 웬만큼 다 입점했다. 결은 다르지만 SSG마트처럼 자체 브랜드로 특화시킨 이탤리도 볼만 하고 9층 식당가도 쏠쏠하다. 매장은 그냥저냥 백화점?? 백화점 자체를 잘 안가는데다 간다해도 식품관 말곤 가질 않으니 다른 데랑 비교할 계제는 아니고. 여느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는 다 있는 것 같다. 생각했던 것에 비해 명품, 고가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다. 중고가 브랜드가 적절히 포진되어..
올해도 어김없이 유아교육전이 코엑스에서 열렸다. 애 키우는 것도 아니고, 유아 교재를 만드는 것도 아니지만 얇고 넓게나마 교육 업계 돌아가는 판국을 알아서 나쁠 건 없다 해서 일단 사전 등록. 아침이 밝아오니 무섭게 휴일맞이 먹부림을 마치고 잠시 지인과 교분을 나눈 뒤 일어서니 오후 4시. 6시면 행사가 종료되니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2시간. 부스마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 상품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직접 체험해볼 생각은 애당초에 없었으니 주마간산 격으로 휙 둘러보고 오겠다는 원 취지에 최적화된 제한 시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방에서 쏟아지는 '어머님' 세례. 아니 이 사람들이! 내가 대체 어딜 봐서 어머님이야 하며 발끈했지만, 애 둘은 놓고도 남을 나이니깐 어머님 소리 듣는 게 이상할 게 전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