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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다이어리

킨들님 오신 날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5. 10. 15. 22:17

 

오늘은 킨들님 오신날!!! 일동기립해서 축포를 쏘아야 한다. 주문하고 나흘 만에 입수. 오늘내일 통관할 물건이 하나 더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하루 시차를 두고 합산 과세의 불운을 면했다. 생돈 뜯기는 건 아닌가 해서 하루 종일 똥줄 탔다는. 전자책은 본 적도 없고, 볼 생각도 없었지만 불현듯 나를 잠식시킨 킨들 물욕. 통상적 차원의 전자책은 아니라도 전자책 (비슷한 것)으로 밥벌어 먹고 있고 앞으로도 이 언저리에서 생계를 해결할 공산이 크므로 전자책의 실체에 대해 전혀 무지하다는 것은 석고대죄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걸 이제서야 깨달은...) 

 

크레마나 비스킷 등 얼추 비슷한 사양의 국산 단말기를 살까도 했지만 그래도 전자책 단말기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킨들로 입문하는 게 정도이다 싶어 페이퍼화이트3 낙점. 호환 문제로 국내 도서를 읽는 데 여전히 애로가 있다. 어차피 국내 단말기를 산다해도 전자책을 지원하는 국내 도서풀이 현재로선 극히 제한적이라서 킨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 우위라고 할 만한 메리트는 크게 없는 셈이다. 일단 장비는 갖춰야 하니깐 단말기부터 사고봤다만, 태생이 아날로그형이다 보니 전자책에 익숙해지려면 각고의 노력과 오랜 시일이 필요할 듯. 어차피 현 시점에서 모든 독서를 전자책으로 갈음한다는 건 출판 시장뿐 아니라 나부터가 소화불능한 난제이다. 아마존이 공급하는 다종다양 무궁무진한 원서의 혜택을 십분 활용해서 국내도서는 기존대로 종이책으로 읽고, 원서는 전자책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본 구매의 취지.

 

킨들 산다고 했을 땐 콧방귀로 조소하더니 정작 도착하고 나니 나보다 더 흥분한 동상님. 저...저기 이거 니꺼 아니거든?? 개봉의 희열도 잠시. 실수로 터치가 빗나가는 바람에 해괴망측한 언어로 설정해버린 나의 뻑킹 버터 핑거. 이때부터 극도의 패닉이 시작됨. 독어나 불어 같이 라틴계열 언어라면 대충 때려맞춰서라도 감을 잡겠는데 이건 생전 처음보는 상형 문자이니 세팅을 찾아가는 법조차 알 수 없다. 순간의 실수로 대문에서부터 문이 잠겨 문전박대를 당한 꼴이 되었다. 나같이 실수로 언어 설정 잘못한 경우에는 대체 어떻게 하라고 이따위로 만들었냐며 핏대 올려 구시렁대던 중 기계에 밝은 동상님의 기적같은 손길로 언어 전환 성공!  그러나 이때는 이미 딥빡침으로 피로감이 급승하고 오만 흥미가 다 떨어진 상태. 그래도 먼길 오신 킨들님에 대한 예의상 읽고 싶었던 책 3권을 사서 쟁여놓는 걸로 개시 기념식을 치름.  

 

신세계인듯 구세계같은 오묘한 인터페이스. 단어 검색, 하이라이트, 폰트 설정, 하이퍼링크, 백라이트 등 디지털 생리에 맞춤화된 요소들로 독서 편의를 도우면서도 최대한 종이책 물성에 가깝게 구현하려는 융합 문법이 참으로 역설적이다. 종이책으로 불가능한 첨단 서비스를 전자책이 제공하고, 전자책이 제아무리 발악을 해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없는 종이책만의 고유한 조형적 입체성과 '물리적 경험'이란 게 있으니 결국엔 일장일단 제로썸이다. 그럼에도 결론은 불편하다... 지금으로서 제일 편하게 느껴지는 지점은 아마존의 지능적 호객질. 가만 있어도 뭘 자꾸 물어다 갖다바친다. 아마존의 낚시술은 나날이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무심한 듯 치밀하게 유저를 홀려서 구매를 유도하게 하는 능수능란 마케팅. 잔고 거덜나지 않도록 항시 이성을 바로 챙기는 수밖에 없다.

 

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듯 향후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 거라는 극단의 시나리오는 망상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미리미리 전자책에 곁을 주고 익숙해지는 게 현명한 처사. 첫술에 배부를 리 없으니 전자책의 세계를 탐구해보겠다는 거창한 구호로 덤비는 건 삼가야 한다. 나의 전적을 보건대 며칠 지나면 흥미를 잃고 처박아놓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거두절미 전자책과 친해지는 것부터가 급선무. 그러려면 언리미티드는 기본, 이것저것 많이 사서 봐야겠지??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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