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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다이어리

판교현백 어린이책미술관 유람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5. 9. 29. 18:56

설레발 좀 쳐서, 성남시 일대를 흥분으로 들끓게 했던 신 쇼핑 메카, 판교 현대백. 백화점치고 동양 최대 규모라든데 왠지 중국에 여기보다 더 큰 게 있을 것 같다. (아님 말고) 신상이라 역시 내관 외관 모두 멀끔하고 넓직하니 잘 만들었다. 개점 전부터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곳은 바로 지하 식품관! 요즘 핫하다는 브랜드는 웬만큼 다 입점했다. 결은 다르지만 SSG마트처럼 자체 브랜드로 특화시킨 이탤리도 볼만 하고 9층 식당가도 쏠쏠하다.

 

매장은 그냥저냥 백화점?? 백화점 자체를 잘 안가는데다 간다해도 식품관 말곤 가질 않으니 다른 데랑 비교할 계제는 아니고. 여느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는 다 있는 것 같다. 생각했던 것에 비해 명품, 고가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다. 중고가 브랜드가 적절히 포진되어 지역 생활 수준과도 얼추 맞아떨어지고 보다 폭넓은 고객층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원체 크기도 하지만 발품 쇼핑 안한지가 오래라 대충 둘러보는 것도 힘에 부친다. 온라인에서 더 저렴한 값으로 생필품이 전부 조달 가능한데 거품 낀 백화점 물건은 뭘 봐도 즐. 그냥 트렌드 본다는 생각으로 흥미를 가져보려 해도 구매 의향 없는 쇼핑은 재미가 없다. 식품관도 처음 갔을 때야 신천지라며 광분지만 두 번 가니 별거 없네, 세 번 이상 가니 모든 게 식상하다며 심드렁해짐.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지하 2층 교보문고는 너무 작아서 동네 서점 수준. 그래도 식품관에서 실컷 배때지 채웠으면 내려와서 책이라도 한자 더 들여다보면서 머리를 채워라 하는 백화점 측의 사려로 해석하기로.

 

8월 말 개점해서 오픈 한 달 째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개떼같은 인파는 쉬이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휴 마지막이라 그런지 아주 성남 시민 절반은 쏟아져 나온 모양. 점심 시간대를 넘어서자 식품관은 발디딜 틈도 없이 북새통이다. 전체적으로 사람이 많긴 한데 식품관이 특히 제일 북적인다. 볼일 마치고 요기나 할까 해서 다시 내려갔다가 폭풍 인파에 질겁해서 후다닥 몸 뺌. 아 인간들 언제쯤이면 흥미를 잃고 다른 데 가서 놀려나...여기저기 구불대는 행렬의 도가니. 백화점인지 놀이공원인지 분간이 안 선다. 매그놀리아는 갈 때마다 미어터져 뭘 파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무슨 금을 처발했나. 컵케이크 하나 먹자고 저 인내를 감수하다니... 내가 치케에 목숨 걸듯 저들에겐 컵케익이 그만큼의 의미가 있겠지 하며 포용의 시선을 보냈다.

 

 

 

 

제까진 순수하게 먹방 찍으러 왔었지만 오늘은 긴히 살 것이 있고 겸사겸사 5층 어린이책 미술관도 탐방하는 것이 주목적. 11월 말까지 '나는 책이 좋아'라는 제목으로 앤서니 브라운 전이 열리고 있다. 호쾌하게 입장권 겟하려는데 무료란다. 프리 오픈 기간까지만 무료라고 알고 있었는데 뭐 공짜로 들여보내준다니 쾌재를 부르며 냉큼 들어서려는 걸 제지당함. 1차 입장 마감이라 2차 오픈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관람객이 워낙 많다보니 시간제 입장을 허용하고 있었다. 11시에 한번 1시에 한번 이런 식으로 입장객 수를 제한해서 감상 편의를 돕고 안전사고도 방지하려는 것 같다.

 

입장권 살때는 자녀가 몇이냐고 묻더니, 입장할 땐 앞에 있던 넘의 자식들 보호자되시냐고 묻고 있다. 저기 나 혼자왔거든요?? 아니 어린이책은 애들 아님 애 가진 부모만 보란 법 있나. 어린이책 가운데서도 시각 위주 감상에 부합하고 어린이 이용객을 사로잡기 가장 친근한 그림책을 테마로 콘셉트를 잡은 모양인데 왜 하필 앤서니 브라운이어야 했을까. 어느 샌가 그림책하면 앤서니 브라운이라고 아예 공식처럼 굳어버린 것 같다. 앤서니 브라운 전은 이젠 구태의연하다. 무슨 국민 그림 작가 만들어줄 일 있나. 뛰어난 그림책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쫌! 앤서니 브라운 이런거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이제 막 개관해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니 백번 양보해서 앞으로는 듣보를 적극 발굴해서 여기 아니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전시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원래 공짜 구경한 인간이 더 말이 많은 법이다) 돈도 굳었겠다 인파 헤치느라 욕본 나님에게 앤서니 브라운 시그니처 고릴라 윌리 파우치랑 미니 에코백을 선물. 애들틈에 섞여 혼자 비루하게 매대를 서성이며 살까 말까 엄청 고심했다. 가랑비에 하도 옷이 젖는 통에 꼭 필요한 게 아니면(그런데 늘 다 필요해...) 안 사기로 다짐했는데 윌리가 자꾸 나를 쳐다본다. 집에 와서 보니 역시 사길 잘했다! 이왕이면 머그도 살거 그랬다며 땅을 쳤다.

 

미술관이라고 하기엔 솔직히 오바다. 그냥 백화점 부속의 전시존 정도? 앤서니 브라운의 유명작품들을 한데 모아 올망졸망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이벽저벽 옮겨다니면서 시선이 머무르게끔 동선이 짜여져 있어 전체 규모에 비해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다. 어린이에게 말을 거네는 듯한 구어체 화법도 친근하고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작가를 친구처럼 소개한 세심한 공력도 삼삼하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어수선한 느낌도 없지않은데 나 따위야 뭐래든 애들이 좋아한다면야. 난 그냥 앤서니 브라운 빨리 집어치우고 다른 전시 시작하기만을 바라. 그래도 앤서니 브라운 그림이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건 인정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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