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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다이어리

플레이모빌 상봉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5. 10. 10. 21:09

공식 명칭은 플레이모빌. 그러나 나에게는 플레이모빌. 내 또래 세대라면 다들 기억할 것이다. 굴지의 장난감 회사였던 영실업. 80년대 당시 플레이모빌을 라이센스 계약으로 공급하던 업체가 바로 영실업이었다. 영실업이 파는 플레이모빌, 그래서 영플레이모빌이라는 합성어로 7080 어린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원래도 장난감이 많았지만 여섯살 터울지는 동생 덕분에 장난감 마를 날이 없었다. 그중 태반이 인형.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도 동생 방에서 인형놀이를 하곤 했다. (누가 보면 미친년이라고 할 정도로 혼자 극적인 상황극을 했음) 인형 다음으로 유별한 애정을 가졌던 장난감이 플레이모빌. 레고와 인형의 중간 지대에서 색다른 놀이의 맛이 있었다. 테마별로 소량씩 구매해서 수집하는 기쁨도 대단히 컸다. 그 많던 것들이 남 주고 버리고 하다보니 어느새 흔적도 없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지금도 어릴적 향수 돋는 장난감에 환장하기는 하나, 부러 사모을 정도의 덕심은 부족하다. 그런데 플레이모빌전이 열린다니... 이거슨 모처럼 문화 생활도 하고 득템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엄밀히 말해 플레이모빌 전을 감상하러 간 게 아니라 플레이모빌을 사러 갔다.

 

웬만한 전시에도 꿈쩍하지 않던 나님을 플레이모빌이 움직였다. 이사온지 1년 반이 되도록 홀시했던 성남아트센터에 전격 입성. 간다 간다 한 게 결국 전시 종료 하루 전날까지 왔다. 후기를 보며 전시가 허섭하다는 평도 꽤 많다. 그럴만도 한 게 입장료 12,000원 치고는 전시 불륨이 빈약한 편이다. 그런데 플레이모빌을 가지고 얼마나 깊이 있는 창작의 향연을 바라는가. 과유불급이라고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본다. 전시보다 구매가 목적이었던 나로선 몰입도 포텐 터뜨리기 딱 알맞은 사이즈의 전시 동선이었다.

 

플레이모빌 출생지는 독일, 1974년에 태어났으니 사람으로 치면 불혹을 넘긴 중년이다. 플라스틱 제조기업이었던 '게오브라' 사가 오일 쇼크로 사업에 타격을 입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중 돌파구로 삼은 게 바로 이 장난감 플레이모빌이다. 스토리텔링의 힘을 간파했던 통찰과 혜안이 담긴 '인간친화' 장난감으로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본 전시 컨셉은 예술과 플레이모빌의 콜라보. 플레이모빌이 명화 및 대중 문화 아이콘과 만나면서 동심이 콸콸 솟는 패러디를 선보이고 있다. 플레이모빌을 모티프한 국내 젊은 예술가들의 참신한 작품도 많았다. 진시황 병마용을 연상케 하는 거대 모형의 도열은 천하의 진풍경. 누구든지 하나 둘러메서 집에 들고 오고 싶을 정도로 탐났다. '아트'라고 해도 어쨌거나 전시의 본질은 '장난감'. 어린 자녀를 대동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대부분이다. 해서 주 관람객층을 겨낭해서 어린이를 위한 체험 공간도 전시 말미에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전시의 대미는 바로 출구 앞을 장식한 아트존. 전시 관련 특별 아이템을 비롯한 여러 플레이모빌 제품을 시중가보다 약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 들인 식구들. 

불타는 물욕을 워워하고 심사숙고 끝에 나름 정예만 추렸음.

한정판으로 나온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은 무조건 사야했다.

귀농의 염원을 담은 경운기 모는 소년과 소젖 짜는 소녀는 커플로 지정해서 회사로 데려갈 예정.

오늘처럼 회사에 가고 싶었던 적도 없는 듯.

리 월요일이 밝길 바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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