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영화를 볼 의도가 아니었다. 난 분명 박찬욱 감독의 을 보려고 티비 앞에 앉았건만 1) 내 집 나간 무의식이 을 선택했고 2) 오프닝에 뜬 박찬"옥"을 보고 당연히 박찬욱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 (요즘 내 정신머리가 이러하다. 장기 출타하면서 방불을 켜고 나가는 건 예사고 가스불에 국을 올려놓고 찜질방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아무 생각없이 천연덕스럽게 몸을 지지다가 집에 오는 길에 번뜩 생각이 나는 대략 그런 식. 영화 제목 하나쯤 내 마음대로 음절과 뉘앙스가 비슷한 생판 다른 걸로 대체하는 것쯤은 유도 아님) 그런데 박찬욱 영화라고 하기엔 뭔가 많이 아닌 스토리 전개에 시나브로 의아해진 뇌피셜. 미장센이며 캐릭터며 스토리며며 너무도 밋밋하고 평탄하다. 4분의 1이 넘어가도록 잔물결만 일렁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국내도서저자 : 김민식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7.01.11상세보기 이런 류의 책은 진짜 절대 레알 싫어한다. 왜냐, 첫째 이후로 이런 책은 대개 패턴이 빤하고 둘째, 네이티브는 아니지만 어디 가서 영어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들으며 살아왔으며 셋째, 나름 조기 영어 교육도 받고 영어 교재 제작도 깔짝거려본 사람으로서 자칭 '영어고수'들이 설파하는 노하우 따위 없이 충분히 나 스스로도 외국어 습득 방법쯤은 알고 있다고 (꼰대 같이) 자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딱히 일상에서 영어를 몰입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보니 영어 근육은 나날이 퇴화 중이고 나 정도 영어하는 사람은 발에 채이는 게 현실이고 이 정도 영어 해서는 밥벌어 먹기는 커녕 어디 가서 영어 한 마디 하는 것도 넘나 남사스럽..
뉴욕은 교열 중국내도서저자 : 메리 노리스(Mary Norris) / 김영준역출판 : 마음산책 2018.05.10상세보기 서점에서 발견하자마자 일독을 결심쓰! 마음산책+뉴욕+교열+출판사 = 필독각마음산책 컨셉에 꼭 들어맞는 마음산책스러운 책이다. 이 책이 나오고 얼마지않아 '뉴욕타임즈가 기록한 문학 순례'라는 부제로 로 출간했다. 뉴욕 베이스 미디어 연작을 펴내는가 싶어 예의주의 중. 세련되고 독창적인 커버 일러스트로 유명한 의 아이덴티디를 그대로 재현한 표지. 최초의 아트 디렉터 Rea Irvin이 남긴 1925년작이다. 모노클로 나비를 관찰하는 대디한 가상의 캐릭터 Eustace Tilley를 선보인 불후의 아이코닉 커버. 이후 Eustace Tilley는 수많은 버전으로 재해석되어 전설처럼 이어지고..
이십 대를 곰곰이 복기하면 종일 시간이 남아돌고도 남았던 것 같다. 어쩜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인터넷만 하면서 죽치곤 했던지.나이 먹을수록 인생에 가속도가 붙는다더니 과연 그러하다.어찌나 시간이 잘도 가는지 시간에 그리도 관대했던 나마저도 시간 자린고비가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되는 경험은 최대한 줄이고 시간 투자 대비 극대화된 효과를 누리고자 매일 짱돌을 굴려보지만 줄줄 새는 시간을 막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시간 낭비 못지않게 치료가 시급한 게 있다면 나의 (죽일) 귀차니즘. 가끔은 이렇게 귀차니즘 말기의 내가 어떻게 회사에 다니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날까 신기하지만 이놈의 귀차니즘이 눈치는 또 있어서리 강제성이 있고 사회력에 위해가 되는 영역은 귀신같이 비활성모드가 된..
인생 뭐 없. 묻지마 카르페 디엠. 오늘에 충실하자는 모토에 따라 대책 1도 없이 딱히 저축도 안하는 나이지만 3명이서 (권유에 의한) 계라는 걸 들었다. 푼돈에다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으니 스케일 크게 뭘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 그래도 차곡차곡 쌓이니깐 식사 몇 끼(?) 할 액수는 된다. 쑨투비 백수를 앞두고 완벽한 긴축재정 태세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들어 계도 잠정 중지를 선언. 급처치곤란해진 돈을 두고 고민하던 중 3명 전원 합동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렇게 셋이서 한자리 모일 기회가 드문지라 이왕 만나 얼굴 보는 거 식사라도 제대로 하자 해서 설 연휴 맞이 정식당 방문쓰. 소꿉장난하듯 앙증미 도드라지는 아뮤즈 부쉬 구절판 육회 타르트 성게비빔밥 지중해 농어 투뿔 안심 돌하르방 커피와 쁘띠푸 대략 ..
미국 독립 영화계의 총아, 짐 자무쉬가 낳은 2016년작. 짐 자무쉬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짐 자무쉬스운' 시적 허용을 스크린에 적었다. 늘 색다른 자기만의 스타일로 팬덤과 명성을 구축해온 짐 자무쉬가 이번에는 시라는 문학 장르를 영화적으로 해석한다. '미국 뉴저지 패터슨에서 시를 쓰는 버스운전사 패터슨'이 이끌어가는 한 편의 서사시. 은 덤덤하고 나른한 평상의 리듬으로 주인공 패터슨의 한 주 일상 풍경을 반복되는 패턴으로 관찰한다.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은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운전사.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와 반려견 마틴과 함께 사는 지극히 평범한 저소득층 노동자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노선의 버스를 몬다. 근무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마틴을 산책시키고 단골..
김상욱의 과학공부국내도서저자 : 김상욱출판 : 동아시아 2016.07.06상세보기 지난 연말 지인 주최로 열린 북살롱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한 해 동안 출판계를 관통했던 굵직한 키워드를 뽑아 사회 일반의 조류를 읽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연말 결산의 시간이었다. 참석자 각자 인상 깊게 읽은 책을 공유하는 시간도 잠깐 가졌는데 그때 누군가 이 를 강력 추천했다. 출판계 동정과 관련하여 상당히 유의미한 정보와 의견이 풍부하게 오갔지만 당일 오전 일찍부터 거사(?)를 치르느라 체력적으로 상당히 소진된 상태라서아쉽게도 유체이탈 상태로 멀뚱히 앉아 관망만 하다 돌아왔는데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 책은 유독 뇌리에 강하게 남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하기로 이 책의 추천자는 공대 출신의 정통 전공업자(?)..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반에 이르기까지 국내 씨네필 사이에서 의 인기는 가히 뜨거웠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는 고백은 뭐랄까... '거 쫌 영화 볼 줄 알고 음악 좀 들을 줄 아네' 하는 평균 이상의 문화소양을 나타내는 딜레탕트적 훈장 같았다. 당시만 해도 생소하게 느껴지던 이역만리 남미를 친숙하게 만들었고 정열이 넘치는 음악의 나라 쿠바에 대한 로망을 안겨주었다. BVSC의 극적인 탄생에서부터 노장 멤버들의 구비진 인생사, 그리고 그리고 만년에 찾아온 거짓말 같은 인기와 성공. 각 멤버의 인생 하나하나가 통한의 음악이자 환난도 꺾지 못한 정열의 노래였다. 1996년 영국 레코드 프로듀서 닉 골드와 미국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는 쿠바 음악과 서부 아프리카 음악을 재발견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이..
인플루언서 마케팅국내도서저자 : 테드 라이트(Ted Wright) / 김상겸역출판 : 리더스북 2017.10.25상세보기 인플루언서는 다음 생에서나 나도 좋은 걸 보고, 듣고, 먹게 되면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도 안타까워 주변에 힘껏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한다. 그러나 생각에만 그치는 경우가 일상 다반사. 마음처럼 적극성을 띠고 정보 공유하는 데 보통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1) 귀찮다 2) 나는 정말 좋았지만 내가 좋았던 만큼 남도 좋아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3) 눌변이라 이야기를 조리 있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없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선 필사의 오지랖으로 자기 확신을 가지고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기를 즐겨야 하는 습성을 기본적으로 내장하고 있어..
히트 메이커스국내도서저자 : 데릭 톰슨(Derek Thompson) / 이은주역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7.10.19상세보기 평소 내 취향이 ‘비주류 마이너’라고 여겨왔던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히트’ 치는 문화 상품들이 대관절 왜 히트를 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난 왜 사람들이 마블 시리즈에 열광하는지, 방탄소년단은 왜 미국에서 (심지어 국내에서도)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거꾸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든 영화든 음악이든, 좌우지간 뭐든 간에 대중의 관점에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경우도 거의 전무하다.) 특히 베스트셀러 도서를 논하자면 더더욱 입만 아픈데, 상위권을 장식하는 함량미달의 책을 보면 이게 요즘 평균 독자들 수준인가 싶어 외마디 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