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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중독 코스프레

영어책 한 권 외워볼래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9. 1. 21. 11:47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국내도서
저자 : 김민식
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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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은 진짜 절대 레알 싫어한다. 왜냐, 첫째 <영절하> 이후로 이런 책은 대개 패턴이 빤하고 둘째, 네이티브는 아니지만 어디 가서 영어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들으며 살아왔으며 셋째, 나름 조기 영어 교육도 받고 영어 교재 제작도 깔짝거려본 사람으로서 자칭 '영어고수'들이 설파하는 노하우 따위 없이 충분히 나 스스로도 외국어 습득 방법쯤은 알고 있다고 (꼰대 같이) 자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딱히 일상에서 영어를 몰입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보니 영어 근육은 나날이 퇴화 중이고 나 정도 영어하는 사람은 발에 채이는 게 현실이고 이 정도 영어 해서는 밥벌어 먹기는 커녕 어디 가서 영어 한 마디 하는 것도 넘나 남사스럽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펼쳐들었냐, 얼마 전 난생 처음 본 토플을 폭망하고 경각심이 들어 영어를 이렇게 못한다는 데 전대미문 충격을 먹은 탓. 물론 공부 1도 안해, 유형도 몰라, 감기 걸려 컨디션 최악이었다고 해도 너무 낮은 점수에 자학했다.  


이 책은 예전에 갓어준의 파파이스에 김민식 PD가 출연해서 직접 홍보를 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그 유명한 절대 구호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MBC 로비에서 크레센도로 함성 지르며 페북 생중계를 하던 똘끼 크러쉬의 그 뉴논스톱 PD. 


그때 방송을 보며 김민식 PD의 책은 전혀 읽고 않았지만, 김민식 PD의 반짝반짝 빛나던 눈과 드립력은 기억에 오래 남았다. 저렇게 유난해야 예능이나 드라마 PD를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무튼 아직도 저런 영어 학습 방법론을 마케팅한 책이 나온다는 데 아연했다. 저런 책이 아직도 나온다는 건 시장에서 아직도 먹힌다는 얘긴데, 20년 전 이미 저런 책은 끝물이라고 단정했던 나의 예측을 완전 빗겨나간 형국. 


토플에 한껏 의기소침해 있던 차에 페북 탐라에서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스터디하는 모임 포스트를 발견, 김민식 PD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제안한 방법대로 매일매일 문장을 암기하고 서로 체킹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일단 스터디의 단초를 제공한 책부터 읽는 게 순서! 


영어 경각심을 느끼던 마침 독서니즈 타이밍이 들어맞아 펼쳐들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뻔한 얘기를 이렇게 유쾌하고 친절자상하게 풀어내다니!! 뻔함 속에 빛나는 진성성, 여기에 반해버렸다. 지금처럼 영유 다녀, 초중고 때 연수 갔다와, 팟캐스트며 유튜브며 돈 안들이고 언제 어디서나 영어 콘텐츠를 접할 경로가 천지에 널린 요즘 세대(니들이 찍찍이 같은 걸 알아??)는 이해 못할 '386 세대'가 얘기하는 생활력 만렙의 영공 비법. 


나는 그래도 김민식 PD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영어 교육이 막 태동하던 때에 사교육의 수혜로 영어를 배웠지만 지금과 비교해서는 열악하기 그지 없던 불모의 환경이었다. 지금이야 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만 틀어놔도 하루종일 셀프 스트리밍이 가능하지만 영어로 귀를 트려 해도 음원 수급 자체가 어렵던 시절, 티비는 AFKN이나 케이블이 다고 이동 중에 활용할 수 있는 건 찍찍이 정도였다. 


이 책은 영어에 대략 미친 한 보통 사람평생에 걸쳐 영어에 바친 순애보적 연가라고 해야 하나. 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만 해도 영어 잘하는 사람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러니 이제 영어 말고 다른 외국어를 해야 살아남는다(Bull SHIT)라고 했지만 여전히 영어 잘하는 건 모든 면에서 핵이득이다. 영어에 지극히 헌신하니 본업은 PD지만 이걸로 책도 쓰고 강연도 하며 생활에 보탬이 될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삶에 대한 태도도 개선되었으니 노력이 고스란히 결실로 이어진 성공담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주 보통의 사람이 보통의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최고의 효율 및 효과를 실현한 영어 공부 띵언.  


영어 실력 늘리는 데 왕도가 없고 일단 시간과 노력을 들여 꾸준히 매일매일 무조건 외우는 게 최고라는 건 고등학교 때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몇 주째 원기 회복(?)을 빌미로 한없이 루즈해져 심신이 멍해진 요즘, 심기일전하며 다시 현타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어준 고마운 책. 나도 매일매일 영어책 한 권 외워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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