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를 곰곰이 복기하면 종일 시간이 남아돌고도 남았던 것 같다. 어쩜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인터넷만 하면서 죽치곤 했던지.나이 먹을수록 인생에 가속도가 붙는다더니 과연 그러하다.어찌나 시간이 잘도 가는지 시간에 그리도 관대했던 나마저도 시간 자린고비가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되는 경험은 최대한 줄이고 시간 투자 대비 극대화된 효과를 누리고자 매일 짱돌을 굴려보지만 줄줄 새는 시간을 막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시간 낭비 못지않게 치료가 시급한 게 있다면 나의 (죽일) 귀차니즘. 가끔은 이렇게 귀차니즘 말기의 내가 어떻게 회사에 다니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날까 신기하지만 이놈의 귀차니즘이 눈치는 또 있어서리 강제성이 있고 사회력에 위해가 되는 영역은 귀신같이 비활성모드가 된..
인생 뭐 없. 묻지마 카르페 디엠. 오늘에 충실하자는 모토에 따라 대책 1도 없이 딱히 저축도 안하는 나이지만 3명이서 (권유에 의한) 계라는 걸 들었다. 푼돈에다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으니 스케일 크게 뭘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 그래도 차곡차곡 쌓이니깐 식사 몇 끼(?) 할 액수는 된다. 쑨투비 백수를 앞두고 완벽한 긴축재정 태세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들어 계도 잠정 중지를 선언. 급처치곤란해진 돈을 두고 고민하던 중 3명 전원 합동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렇게 셋이서 한자리 모일 기회가 드문지라 이왕 만나 얼굴 보는 거 식사라도 제대로 하자 해서 설 연휴 맞이 정식당 방문쓰. 소꿉장난하듯 앙증미 도드라지는 아뮤즈 부쉬 구절판 육회 타르트 성게비빔밥 지중해 농어 투뿔 안심 돌하르방 커피와 쁘띠푸 대략 ..
연말이라 부지런히 송년회 뛰는 중. 예전에 예약해놓고 늦잠 자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노쇼 민폐를 끼친 바 있는데 이번에 미슐랭 원스타를 받았대서 수면 아래로 사라졌던 익스퀴진 다시 줍줍. 대략 이런 걸 먹었다. 여자사람 육명이서 둘러앉아 와인도 한 병 까고 전원 통일된 메뉴를 탐식하며 송년을 기념했다. 맛이 없진 않았지만 특별히 또 막 인상적이지도 않았던. 먹고 나면 딱 기분 좋게 배부를 정도의 포션. 암만 해도 역시 기분이 나빠질지언정 배때지가 찢어지게 폭풍처럼 몰아쳐서 짐승 같이 먹어야 만족도가 더 큰 건 어쩔 수 없다.
실로 몇 년만의 삼청동 일대 입성!충무로 벙커원에서 '사랑의 7시간'이란 타이틀로 바자회가 열린대서유의미한 소비(?)도 하고 벙커원 실물 구경도 할 겸개머나먼 여정을 떠났다. 먼길 나서는데 가서 제대로 된 현지 먹방이라도 찍어야 좀 덜 억울할 터. 구깃구깃 넣어둔 먹킷 리스트를 꺼내어충정로 근방으로 후보군을 추려보니...소격동 이태리재, 너로 정했다! 미쉐린 빕 구르망에 선정되어 "합리적인 가격과 훌륭한 맛"을 공인 인증.이러니 기회가 생겼을 때 맛보지 아니 할 수 없다. 안국역에 내려 고졸한 북촌 골목을 따라 겨우 찾은 오늘의 목적지.이래서 지도맹끼리 놀면 안 된다.스맛폰이 있으면 뭘 하나, 도대체가 읽지를 못하는데 (한숨)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아담한 비스트로 컨셉.내부가 협소하다곤 했지만 내 이정도..
몇 해 전 이곳의 오너 셰프 이유석이 낸 책을 통해 "루이쌍끄"를 발견했다.요즘 세상에 셰프가 책 쓰는 건 이슈될 일도 아니니까 별 관심은 두지 않았다만그래도 꾸준히 레이다망에 걸쳐두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셰프가 내 또래인데 벌써 이렇게 자기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열고 책까지 썼다는 데 부러움 반, 시기심 반이 들었기 때문. (못났다) 루이쌍끄는 개업 초창기부터 유학파 꽃미남 셰프가 제대로된 authentic 프렌치를 선보이는 걸로 관심 집중.처음엔 마케팅 거품이 아닌가 싶기도 했으나 7년째 신사동에서 입소문 타고 단골 확보.미쉐린 가이드에도 실린 거 보니 실력파가 맞긴 맞나보다며 때늦은 검증에 나섰다. 프렌치 개스트로펍이라는 컨셉에 의거, 저녁 6시부터 개시한다.어쩔 수 없이 평일 저녁 서울까지 출동...
미쉐린 1스타에 빛나는 컨템포러리 다이닝.한식 퓨전을 기조로 이준 셰프가 총괄한다.'서울의 겨울 Vol.2'라는 부제로 13번째 에피소드 진행중.사방에서 맛있다고들 격찬이 자자하던데12번의 에피소드가 지나가도록 무심하다가연휴를 맞아 여차저차 한번 들러보았다. 아뮤즈 부쉬로 내어진 구쁨 5종대파 / 과메기 / 도미 / 가지 / 포도 애기 소꿉놀이 하는 듯한 포션.그러나 알알이 창발성이 돋보이는 환상적인 디테일 조합. 계속해서 이어지는 에피타이저농어 식해와 손두부식해는 김치로 비릿함을 잡아주고, 보들보들 두부살은 그냥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양념은 그냥 밥 비벼먹어도 맛있겠 식전빵 직접 구운 빵과 버터.크게 감동스러운 맛은 아니었지만 즉석에서 구워 그런지 따끈따끈한 게 제맛이다. 빵보다는 버터느님이 정말 말 ..
요즘 도산공원에 이탤리언이 강세라던데,볼피노, 가드너, 아우어 다이닝을 추천받고 리스트 크로스오프 중. 명절 맞아 잠시 귀국한 친구님 환영을 위해장소를 물색하는데 연휴라서 여기저기 막 까이는 돌발 상황 발생. 짲응과 상심이 교차되던 차, 아우어 다이닝 전격 예약 성공! 아우어 베이커리의 세컨드 브랜드라 해야 하나.인스타에 아우어붐을 일으키며 빵 성지로 인기몰이를 하더니 바로 옆에 형제 겪 이탤리언 레스토랑까지 차렸다. (난 거기 빵 맛있는줄 모르겠던데) 아우어 베이커리 외관만큼이나 특색있는 건축 디자인.이거슨 욕탕 컨셉인가 하며 머리를 긁적.공간이 생각보다 몹시 협소하고 밀폐되어 있어 갑갑한 느낌도 없지 않은데 개성있는 인테리어로 모든 약점을 완전 제압. 식전빵 / 갑오징어 먹물 아란치니 꽃등심 보리 리..
뚜벅이 주제에 서래마을이라니, 단단히 미친 게다. 눈발 날리고 돌풍도 간간이 몰아치는 날씨에다 전날 평소보다 무리한 탓에 늦잠을 자서 컨디션 안좋기는, 신년회몰이로 과로하다는 친구님도 마찬가지. 허나 무려 한 달 전 예약한 점심이라 미룰 수는 없는 법. 진정한 '미식의 별'로 거듭나기 위해선 사지가 절단나는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예약은 결단코 파투내지 않는 것이 절대 원칙이다. 미쉐린 별 따위 안중에도 없지만서도 (정말?!)별 하나 받았다니 또 그 맛이 어떤 맛이냐며 궁금해지는 간사한 마음. 그래서 쇠잔한 몸뚱아리를 질질 끌고 서래마을까지 기어갔다. 2층인 것도 모자라 가독성 제로의 간판. 극한 길치 둘이서 덤앤더머 돋게 계속 같은 곳을 빙빙 돌았다.실내는 미니멀리즘이 극화된 모던한 느낌.스테인리스..
한식 다이닝의 최고단수로 호평받는 런치 기행! 한국 전통 모티프의 인테리어와 식기 세팅.정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감각 모던 코리안 체현.외쿡인 대접에 특히 좋겠으나 데려갈 외국인이 없... ▼우리 술과 작은 안주를 곁들인 주안상 ▼성게 젓갈과 양하 장아찌를 곁들인 도미회 ▼꼬시래기 무침과 전복찜 ▼녹진한 섬진강 참게찜 ▼소르베 ▼민어 솥밥과 제철반상 ▼숙성 한우 등심구이와 흑임자 두부장 ▼뿌리를 찾아서 ; 비트 아이스크림, 연근 튀김, 고구마 튀김, 당근 크림과 당근 파우더 그다음에 쁘띠 푸르와 음료(커피와 차)가 제공되는데 그건 미처 못 찍었는데생카라멜이 별미 중 별미. 이전까지 먹었던 한식 다이닝 가운데정본에 충실하면서도 색다른 식감의 수준 높은 맛을 구현한다.음식으로서도 탁월하지만 문화적 ..
이태원에 사천요리 전문으로 하는 데가 있다 하여 별 기대 없이 한번 들러보았다가 금사빠로 평생 단골을 맹세하게 만든, 그 이름은 마라 MALA 엄밀히 말해 이태원이라기보다 한강진 역과 가까운 한남동에 위치해 있다. 첫 방문 시 여자사람 둘이서 마라샹궈 세트 小자 하나랑 꿔바로우 小자를 시켜 초토화를 시켰더랬다. 자타공인 무염 지향자임에도 불구하고 마라샹궈의 중독성 강한 향신료 마수에 꼼짝없이 걸려듦. 그러나 이날의 압 to the 권은 꿔바로우. 하 ,이렇게 존맛 꿔바로우는 머리털 나고 처음. 찹쌀찹쌀 달짝지근하고 얇고 투명한 튀김옷을 살짝 걸친 보드랍디 보드라운 육질에 고두감읍, 맛있다는 말을 백번도 더 연발하며 고기가 하나둘씩 줄어들 때마다 한 접시 더 먹지 못하는 배떄지가 야속할 지경. 그 뒤로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