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활자 중독 코스프레

미궁의 히트 메이킹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8. 1. 1. 02:05

히트 메이커스
국내도서
저자 : 데릭 톰슨(Derek Thompson) / 이은주역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7.10.19
상세보기



평소 내 취향이 ‘비주류 마이너’라고 여겨왔던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히트’ 치는 문화 상품들이 대관절 왜 히트를 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난 왜 사람들이 마블 시리즈에 열광하는지, 방탄소년단은 왜 미국에서 (심지어 국내에서도)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거꾸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든 영화든 음악이든, 좌우지간 뭐든 간에 대중의 관점에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경우도 거의 전무하다.) 특히 베스트셀러 도서를 논하자면 더더욱 입만 아픈데, 상위권을 장식하는 함량미달의 책을 보면 이게 요즘 평균 독자들 수준인가 싶어 외마디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히트 메이커스>는 히트작이란 게 단순히 개인의 취향만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단순 도식화해온 나의 삐뚤어진(?) 시각을 대단히 낯설고 신선한 렌즈로 교정해주었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가 펼치는 사고 논리가 완전 새로운 얘기들은 아니다. 나도 역대급 히트작이 되기 위해선 수많은 제반 조건의 합이 기적적으로 맞아 우주의 빅뱅처럼 초특급 대형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천운의 모멘텀이 이루어져야 하며, 때때로 시장의 조작으로 ‘히트 메이커스’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히트작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여전히 어떻게 해서 그것이 히트를 치게 되었느냐가 아니라 도대체 왜 그것이 인기가 있느냐 하는 표피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히트 메이커가 되기 위해선 콘텐츠 내외로 선결 조건을 갖춰야 한다. 콘텐츠 내적으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의 길항 속에서 친숙한 놀라움, 유쾌하면서도 뇌리에 각인되는 반복 구조를 취해야 한다. 콘텐츠 외적으로는 카오스의 미디어 생태계에 영리하게 스며들어 히트 동력을 발생시킬 수준의 네트워크를 구축, 콘텐츠 확산을 극대화시킬 커뮤니티를 공략해야 한다. 반복적 노출과 홍보를 견인해줄 인플루언서의 조력도 수반되어야 함은 당연하고 인간이란 복잡미묘한 생명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는 기본 전제로 치고 간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도 흥행 참패할 확률이 농후한데, 그건 성공에는 수학 외 타이밍과 행운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책 초반만 해도 스티브 잡스 말마따나 ‘one more thing’만 있어도 충분히 히트 메이커가 될 승산이 있어 보였는데 말미에 다다르자 히트 메이커가 되기 위해선 a million other things 정도는 있어야 가능한 얘기처럼 아마득하게 들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또 히트메이커가 되어 우리를 흥분과 놀라움의 도가니로 유희할 것이다. 히트 메이커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문화 생활을 영위하는 그날까지 면면히 이어질 테니, 히트 메이커를 제조하는 인류공학적인 법칙만 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히트 메이커를 갈구하는 욕망의 법칙이 인간 DNA에 본능적으로 새겨져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활자 중독 코스프레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이과 통섭하고 앉아있네_ <김상욱의 과학공부>  (0) 2018.01.14
인플루언서를 믿으십니까?!  (0) 2018.01.01
A Fine Balance  (0) 2018.01.01
Let's 9!  (0) 2018.01.01
오늘도 ‘통계’하십니까?  (0) 2018.01.01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