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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의 과학공부
국내도서
저자 : 김상욱
출판 : 동아시아 201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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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지인 주최로 열린 북살롱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한 해 동안 출판계를 관통했던 굵직한 키워드를 뽑아 

사회 일반의 조류를 읽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연말 결산의 시간이었다. 

참석자 각자 인상 깊게 읽은 책을 공유하는 시간도 잠깐 가졌는데 

그때 누군가 이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강력 추천했다.


출판계 동정과 관련하여 상당히 유의미한 정보와 의견이 풍부하게 오갔지만 

당일 오전 일찍부터 거사(?)를 치르느라 체력적으로 상당히 소진된 상태라서

아쉽게도 유체이탈 상태로 멀뚱히 앉아 관망만 하다 돌아왔는데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 책은 유독 뇌리에 강하게 남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하기로 이 책의 추천자는 공대 출신의 정통 전공업자(?)였다. 

내 흥미를 자극했던 지점도 바로 공대 출신의 전공자가 

왜 지극히 비전공스러운(?) 인문교양서를 읽고 

그토록 큰 울림과 깊은 인상을 받았는가 하는가였다. 

공대 베이스를 가졌다면 분명 이 책에서 언급되는 얘기쯤이야 

다 아는 상식에 불과할 텐데 그렇다면 필경 

이 책이 제공하는 정보에서 어필을 받았다기보다 

이미 익숙한 얘기를 인문학에 접합시켜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풀어내는 그 방식에서 경탄을 느끼고 매료됐을 거라 추정했다. 

그러니 자칭 인문학도(?) 입장에선 역으로 과학이 어떻게 인문학과 

랑데뷰를 하는지 직접 읽어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퇴화해버린 이과 근육을 재활하기 위해 

과학과 공학을 기웃거리며 찝쩍대고 있는 

요즘 내 독서 모드와도 아주 잘 맞아 떨어졌다. 


이 책이 눈에 밟혔던 또 다른 결정적 이유는 저자와 출판사 네임 밸류. 

물리학자이자 교수이신 김상욱 이분이야 뭐 부연 설명이 딱히 필요없이 

인문과 과학을 통섭하신 파워 라이터이므로 그냥 믿고 읽어도 되는 거고 

동아시아는 인문교양 부문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양서 제조 출판사로 유명,

훌륭한 작가와 출판사의 콜라보라니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조건 先일독하고 後판단함이 옳지 않겠는가!

  

무릇 인문과학 교양서라 하면 기획편집에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난이도 조정.

독자층을 넓히다 보면 내용이 얕아지고 그렇다고 밀도를 높이다 보면 

평균 독자층이 이탈하는 진퇴유곡의 상황.

개인적으로는 너무 말랑말랑 교양교양한 책보다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게 적당히 반반하는, 

그래서 가급적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책만을 골라 읽으려고 하는 편인데, 

그런 평소 내 독서 지향점을 잘 충족시켜주는 출판사 중 하나가 동아시아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소회가 남다른데 아주 오래전 편집자 면접을 봤다가 

횡설수설 뻘소리 작작 해서 단박에 까인 기억이...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이번 달에는 또 무슨 신박한 책을 펴냈나 하며 

꾸준히 주목하는 곳이다(라고 아름답게 마무리).


철학자 김재인, 도서평론가 이권우, 예술가 홍성민, 

언론인 강양구, 물리학자 김범준, 파토 원종우, 출판인 윤신영, 

물리학자 이강영,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강환, 천문학자 이명현,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은희, 서울시립과학관장 이정모, 

진화학자 장대익, 의공학자 정지훈 등 

당대 최고의 석학이 총출연한 만렙의 추천사! 


김상욱이란 저자의 탁월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글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 

유유 출판사를 떠올리게 하는 앙증맞은 판형에 일단 마음을 뺏기고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첫 장을 펼쳤다. 

'철학하는 과학자' / '시를 품은 물리학'이라는 부제를 보건대 

과학의 문턱을 낮춘 인문과학 교양서일 것으로 추측.

그렇다면 나처럼 과학력 약한 쪼렙도 큰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거라며 

가볍게 달려들었으나 예상과 달리 꽤 만만하지 않은 수준의 '과학공부'였다.  

그냥 말로만 과학을 가져와 '과학공부 코스프레'를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물리 개념을 직접 서술하고 실례를 들어가며 

전공서와 대중서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한다.  


저자는 짧은 에세이 형식을 빌려 과학에 대한 단상을 

인문학적 깊이와 넓이가 탄탄하게 짜여진 언어로 기술한다. 

형식 면에서 일단 심리적 부담이 덜하고 

틈틈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과학이 이과생, 이공계 종사자, 과학자 등 과학을 전문으로 하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에 편재한 생활형 학문이라는 

저자의 견해와 합치하는 편집적인 배려로 보였다. 


저자는 또한 과학의 개념을 알기 쉽게 일러주기보다 

과학을 대하는 태도에 방점을 찍는다. 

스마트폰과 우주의 빅뱅 이론을 엮는다든가 미분이 수학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고답적인 개념이 아니라 경제지표, 뇌 전위, 핸드폰 신호 등 

법칙에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다 미분의 표현 대상이라 간주한다.

요컨대, 세상을 읽어내던 기성 독법을 과학의 프리즘으로 재해석하며

대중이 과학과 친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과학을 전문가(?)의 영역이라 지레 선을 긋고 

데면데면하게 대하던 소극적인 자세를 과감하게 버리고 

보다 적극적인 열린 태도로 과학에게 곁을 내어줄 것을 당부한다.


그런데 중반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히던 책이 

양자역학 얘기가 스멀스멀 나오면서 급 난항을 겪기 시작.

책을 다 읽고도 양자역학이 대체 뭔지 안드로메다처럼 

까마득한 오리무중의 상태를 타개하고자 셀프 보충학습을 실시했다. 

그래서 딴지일보 논설위원 (세젤귀) 파토 원종우가 이끄는 <과학과 사람들>이 하는

(인기절정의 최애)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의 김상욱 편을 챙겨 들었다. 



(초대형 고품격)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http://www.podbbang.com/ch/6205



.....그러나 그래도 여전히 무슨 말인지 와닿지 않는 문과생의 절규.

'문송합니다' 컨셉을 자발적으로 고수하며 

너무 장기간 문과생 모드로 살아와서 그런지 

이과생으로 정체성 확장하는 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누가 양자역학이 뭔데 라고 물으면 

20세기 초 새로이 탄생한 현대 물리학의 주춧돌.

거시세계에 초점을 두는 고전역학과 달리 미시세계를 탐구,

불확실성과 무작위성이 팽배한 '상태'를 기술하는 이론이라는 정도??


그래서 아예 양자역학만을 심층면밀하게 다룬 

저자의 다른 책을 좀 더 찬찬히 읽어볼 필요성을 절감.

양자역학은 4주 후에 다시 뵙는 걸로! 


과학하고 앉아있네 4
국내도서
저자 : 원종우,김상욱
출판 : 동아시아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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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의 양자 공부
국내도서
저자 : 김상욱
출판 : 사이언스북스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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