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거나(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서도) 후식이 미친듯이 당길 때 당분 조달에 아주 그만인 중동 특산 대추야자. 쫀득쫀득 말캉말캉한 식감에 명치가 찌릿해지는 달디단 풍미! 꿀이나 설탕에 절인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자체 당분함유도가 대단히 높다. 주전부리에 특히 강한 내 섭식 패턴이라면 하루에 수십알도 거뜬하지만 이럴 때마다 늘 읊조리는 과유불급. 허벅지를 찌르며 1일 일정량을 실천하면서도 삼시 세끼 이걸로만 때워버릴까 하는 시험에 들곤 하다. 쟁여놓은 게 순식간에 동이나 아쉬운 입맛만 다지고 있었는데 역시 없는 게 없는 인터넷 세상. 어느새 국내에 들어와 여기저기서 다 팔고 있다. 좋은 세상이다 참.
줄서서 먹는다는 그 문제의 얼음 과자. 사방팔방에서 하도 소프트리소프트리하는 판에 이에 질세라 나도 한입 먹으러 나섰다. 특별히 시간 관리에 철저한 1인도 아니거늘 세상에서 제일 시간 아까운 짓 중 하나가 만석 음식점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기. 아니 뭐 얼마나 대단한 음식이라고 줄까지 서서 먹어야 함? (이래놓고 종종 비굴하게 줄 서있는 표리부동 1인) 거리상으론 당연 홍대점을 가야 하지만 줄서는 게 싫어 망설여지고 있던 차 롯데 본점에 입성했다는 고급(?) 정보 입수. 입점된 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줄따위 서지 않고 바로 주문해서 일개 맛보았다. 용량 대비 가격은 일단 사악하고... 가성비에 캐민감한 나지만 요즘 먹거리 시세를 감안하면 딱히 비싼 편도 아니다. 흠... 그런데 이게 과연 줄서..
중고서점계의 공룡, 알라딘이 이곳 일산까지 마성의 손길을 뻗었다. 중고서점이라고 자본주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이렇게 중고서적판을 쥐락펴락 있으니 동네 중고서점들은 점점 명맥 유지조차 버거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둘레에선 독자도 결국 소비자로 귀착.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도보 거리에 이런 대형 편의 시설(?)이 들어서니 눈이 희번덕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한번 가봐야지 하던 차라 성지 순례도 하고 산책이나 할겸 집을 나서려는데 눈에 밟히는 책더미들. 헌책 팔아 번 돈으로 다시 헌책을 되사오는 제로섬 전략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경험상 소장책을 중고로 팔아봤자 수중에 떨어지는 건 꼴랑 쭈쭈바나 사먹을 정도의 푼돈. 본전 생각하면 짐이 되더라도 일단 가지고 있는 게 득이지만 소장 가치..
일주일 내내 계속된 육덕 식단의 끝은 망가진 몸뚱아리뿐. 체중에 큰 변화가 생긴 건아닌데 확실히 얼굴 면적이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붓기가 올랐다. 아놔, 내가 체중 유지를 위해 나름 얼마나 식단에 신경을 쓰는데 단 칠일만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리다니!!! 까맣게 타들어가는 내속도 모르고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 좋아졌다며 (하지 않아도 될) 첫인사를 건넨다. 그냥 에두르지말고 살이 쩠다 속시원히 말해라. 생각해보면 크게 과식한 것도 없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저녁 회식이 원흉!!! 나 원래 하루 두끼밖에 안먹는 여자... 늘어난 끼니에다 워낙 고칼로리다 보니 평소 먹던 양의 곱절을 먹은 셈이다. 다 떠나서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 자체가 거북살스러워 전투적 건강 태세로 전환. 입에 달고 살던 밀가루 끊어, 약속 있는..
모든 여정에는 끝이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킬힐을 타고 노동 플러스 알파를 하려니 체력적 한계까지 덮쳐 하루가 48시간마냥 지난하더니만 어느새 한 주가 훌쩍 흘렀다. 프랑크푸르트에 가면 차원이 다른 스케일에 압도당할 거라는 선배의 말마따나 6관에 짜져 있다가 8관에 들어서니 이거슨 신세계. 시골 촌놈이 대도시에 상경했을 때의 문화적 충격이 딱 이러하지 않을까. 북경 때만 해도 해볼만 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는데 이번엔 스스로가 비루하게 느껴져 쭈그리가 된 기분이다. 특히 영미권 애들의 적극성과 프로페셔널리즘에 주눅만 실컷 들다 돌아왔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괴감을 안고 앞으로 어떤 방향 감각을 탑재하고 살아야 할지가 또다시 고민이다. 근 10년 만에 다시 밟은 독일 땅은 영 ..
아, 외국이라면 꿈뻑 죽지만 여장 꾸리기는 고역이다. 일상에 매몰되어 까맣게 망각해버린 주지의 사실, 난 정말정말 여행이 싫으다. 차라리 돌아올 기약이 없는 이민이 낫겠어. 원래 계획이라면 미리미리 서점 순례를 떠나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여행자의 감'을 몇 번이나 닦고도 남을 시점이지만 이 죽일 놈의 귀차니즘. 당장 코앞에 닥쳐서야 부랴부랴 웹상으로 비루하게 목적지 매핑 중. 도화지처럼 하얀 무뇌 상태로 겉핥기만 하다오느니 이왕 가는 거 그래도 발도장도 찍고 맛있다는 건 다 챙겨먹고 와야쓰겠는데 그냥 이 모든 게 귀.찮.아. 멍때리고 오감 충족이나 할 자유 여행도 아니니 이래저래 부담백배. '잘하고 싶다'와 '귀찮아 죽겠네' 사이를 자맥질하는 동안 스트레스 지수만 치솟는다. 이래놓고 또 막상 나가면 ..
먹고살기 바빠 묵혀둔 인간 관계 복원 중.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변한 게 있는 듯 없는 듯 낯설다. 누군가는 엄마가 되고 또 어떤 누군가는 아빠가 되고, 신상 변화로 더해진 역할만큼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 반가움과 낯설음의 교차점에서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다 돌아서는 길은 왠지 기묘하다. 달라진 인생 행로는 서로의 일상적 공감대를 축소시켰지만 공통의 기억은 그간의 격조를 무화한다. 그럼에도 시간의 무게는 더없이 크게 느껴지고 오늘도 이렇게 하릴없이 하루가 저물어가는 게 야속하다.
여행자 룩의 완성은 누가 뭐래도 백팩! 평소 복장 스타일을 생각하면 백팩이야말로 상 돈지롤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동심(?)을 꽃피우며 살포시 어깨에 얹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들었다. 보나마나 자주 메지 못할 가능성 백퍼이니 비싼 돈 주고 좋은 거 사봐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저렴하게 하나 장만할 요량으로 요즘 백팩 시세를 알아보는데, 어랍쇼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대가 쓸데없이 높구나. 하여 중고등학교 때 멋은 없어도 실용성만큼은 끝내주던 이스트팩의 기억을 긴급 소환(지금은 쭈그리지만 한때 나름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핫아이템이던 호시절도 있었다). 역시 백팩계 가성비 일인자는 이스트팩이다. 디자인도 얼마나 각양각색인지, 절반도 채 안되는 가격으로 캐스키드슨 비스무리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캐스키드슨은 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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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자기계발서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없다는 불평이야말로 루저들의 전형적 변명이라 힐난하지만, 하루는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고 심신 건강을 보존하면서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목표치를 달성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엔 우선 순위의 문제로 귀착되는데 이 마저도 명확히 구분 짓기가 도통 어려운 게 아니다. 우선 순위만 정하다가 하루가 저물어버리던 게 몇 번이던가! 기본적으로 주어진 일만 해내는 것도 버거운 요즘, 특히나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다가도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거 없이 헛발질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자학을 한다. 그러다 보면 '나 정말 시간이 없다'는 자기 변호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이건 정말 궁색한 변명이 아니라 팩트다!). 내 밥그릇을 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