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 실종한 블로거들은 내 지갑을 좀 먹는 원흉이다. 설레발에 설레발을 치는 포스트에 낚여 숟가락 내던질뻔한 게 한두번이 아님. 그리고 오늘, 스벅으로 백엘보를 당했다. 스벅 케익은 대체로 (완전) 별로여서 내 돈 주곤 안 사먹으나 오늘따라 급 치즈느님이 임재하셔, 가까운 스벅 블루베리치즈케익을 일개 처묵했다. 치즈가 꾸덕하니 맛좋다는 블로거들의 간증을 철썩같이 믿었다. 설마 평타는 치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따로 노는 케익이라니. 헐 이거슨 전대미문의 미각적 충격이다. 블루베리, 치즈, 오레오 시트. 그 어느 것 하나 어우러지지 않는 천상의 불협화음! 살다살다 이런 기괴한 미식 체험을 다 해보고.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블루베리가 이렇게 맛없어질 수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이태원 하이스트릿마켓을 애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아이템, 언스윗튼드 아몬드밀크. 건강 덕후에게 노 슈거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레테르. 아몬드밀크라 하면 평소에 없어서 못 먹는 먹거리가 아니던가. 직접 만들어 먹기엔 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므로 이태원 프리덤 할 때마다 성물처럼 귀하게 모셔온다. 홀짝홀짝 목 축임용으로 마셔도 꿀맛이고 우유 대용으로 아무 요리에 투척해도 꼬숨하니 식미를 돋운다. 여긴 뭐랄까, 되도 않는 가격 폭리를 취하던 옛 수입 상가의 21세기 버전 같다고 해야 하나. 소비 합리성을 높이고 미쿡 바이브를 깨알같이 살려낸 델리형 미니 슈퍼 마켓. 그러나 여전히 가격적 메리트가 큰 편은 아니라 조목조목 잘 따져보고 사는 게 좋다. 직구로 사는 게 훨씬 이득인 아이템도 꽤 있다는 거. 그..
위풍당당 북스피어의 의기양양 편집부 북스피어 마포 김사장님, 책만 잘 파시는 줄 알았더니 글도 어쩜 요리 찰지게 잘 쓰신대. 아쥬 안구에 촥촥 붙네. 본디 주의력 산만하여 스크롤바 내려가는 긴 글은 끝까지 보질 못하는데 이분 포스팅은 후루루 한번 읽고 깨알같이 다시 본다. 그 덕에 여행을 즐기지 않는 이몸마저 꼭 한번 순례 다녀오고픈 성지를 알게 되었으니... http://www.booksfear.com/591 제주도-based 게스트 하우스 오렌지 다이어리 잘 나가던 편집장직을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제주도로 홀연히 이전하여 인생 제2막을 사는 이가 있다. 오렌지 다이어리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열어 섬지기 생활에 안착하신 모범을 보이셨다. 삶의 우연성을 마음껏 허용하기로 마음 먹은 용자 커플! 금슬 좋은 ..
잉여인이 되면 제일 먼저 하리라 마음 먹었던 3일 단식. 음주나 폭식으로 흐트러진 바이오 리듬을 복구하고자 간헐적 단식이야 밥먹듯이 실천하고 있다만, 사흘 연이은 단식 몰이는 난생 처음. 큰맘 먹고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해보았다. 과거 단식 끗발 좀 세웠던 시절을 복기하며 3일 동안 이 앙다물고 물로 연명했다. 식구님들 얘 또 별스럽게 왜 저러냐며 삿대질을 하지만, 이것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거. 저하된 신진대사로 은근슬쩍 불어난 체중도 가다듬고 이김에 몸도 가볍게 비워내겠다는 아무짝에 쓸데없는 무모한 도전 의식이랄까(아, 인생 전반을 이런 마인드로 살았으면!). 한때 진격의 다이어터로서 보인 눈부신 성취를 꺼내보자. 이까이 3일 정도야 클리어해줄 수 있다. 집에서 아무런 부채거리 없이 단식만 하라면..
생전 잘 없는 대외적인(?) 일정이 잡힌 날이면 꼭 늦잠을 자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징크스내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꽃단장해도 모자랄 판에 집에서 슬슬 나갈 시간 즈음 눈을 떴다. 눈꼽떼고 옷만 걸치려 해도 시간은 왜 이렇게 잘 가. 혼비백산 뛰쳐나가 택시의 힘도 빌렸건만 지각 신기록을 경신했다. 다행히 발각되지 않고 유야무야되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루 시작부터 운수가 사나운데다 '촬영'을 앞두고 먹부림의 me time을 가져야겠다고 결연히 다짐. 대중이든 카메라든 앞에 나서는 거 자체가 평생 과제인 울렁증어에게 내려진 몰강스러운 미션. 보나마나 현장에서 심장 박동수가 벌렁댈 게 불보듯 뻔하다. 심장 돌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할 기세...
연휴 내내 계속된 치즈 케익과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앓이. 치즈 케익은 집 앞 치즈 타르트로 긴급 수혈 받아 어찌어찌 잠재웠지만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향한 주림은 채우지 못했다. (연휴 동안 코슷코 셔틀을 갈 수도 있었으나 아침 일찍 일어나는 데 연일 실패. 코슷코는 사람 없는 아침 시간대 아니면 절대 가선 안 되는 곳)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하늘이 두쪽 나도 꼭 먹어야 한다. 치아바타 옆구리가 터지도록 파스트라미와 살라미를 잔뜩 구겨넣은 샌드위치 먹방을 찍고 말리라는 집념. 칼퇴 후 뒤도 안돌아보고 코슷코로 직행! 오늘 타깃 아이템은 파스트라미였으나 당분간 입고되지 않을 거라는 비보를 접수... 그렇다면 프로슈토를 2개 사서라도 심리적 보상을 받아야겠다(내 돈 주고 내가 보상 받는 조삼모사 알고리즘) 살..
친교 성립의 필요충분 조건은 성격이 아닌 성향. 성격이 지엽적 차원의 특성이라면, 성향은 성격보다 포괄적 개념의 공통 분모다. 성격이 비슷하다고 성향까지 비슷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성향은 개인의 인생관과 가치가 반영된 삶의 방향성이다. 성향이 다른, 때론 정반대되는 이들이 대세를 이루는 공간에서 일상의 감응을 공유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취향이 다를 경우, 식성도 안 맞을 확률은 거의 백퍼. 입맛부터 취향, 성격, 성향까지 다른 무리 속에서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나를 죽이는 것도 하루이틀이다. 이게 일상이 돼버리면 어느 순간 숨통 막혀 질식해버릴 지경. 까고 들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저 스스로를 정서적으로 유배시켜 고립을 자처하는 소극적 대응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다. 누구에게나 내..
과잉 연결의 허브는 메신저가 아닐까. 최다 액티브 유저를 보유하며 일상 깊숙히 삼투한 눈부신 성취의 메신저 플랫폼, 카톡. 메신저계의 혁명답게 나의 정신적 피로도를 야기하는 일등 주범이다. 단체 카톡방은 폭력성이 극대로 팽찬된 혐오 공간의 표본. (특히 아무런 목적 의식 없이 킬링 타임용 소집은 민폐라고 질책받아 마땅하다) 가만 있던 사람을 다짜고짜 소환시키는 것도 모자라 대화몰이에 동참하라며 마이크를 갖다대는 후안무치를 자랑한다. 반강제적 소집도 마뜩잖은데 일일이 자판 누르는 수고로움은 오죽하겠는가.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먼놈의 이야기를 하려나 지켜보기라도 할라쳐도 순식간에 차감되는 숫자 1에 슬그머니 죄의식이 발동한다.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음이 분명한데 왜 아무말 없느냐고 따져묻는 저 얄미운 기표..
평소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멕시코 여정. 시차 탓에 오고가는 데만도 꼬박 나흘이 빠진다. 하루도 바람 잘날없이 몰아치는 온갖 멘붕 태클을 딛고 무사히 미션 종료. 다행히 프로페셔널 데이가 중간에 끼여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첫 이틀 동안 애먼 발만 동동 굴렀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 다음으로 버금가는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치안도 비교적 안전하다.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흉흉한 이미지와는 달리 라틴 특유의 낭만과 여유가 가득하다. 전투적 태세로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프랑크푸르트와는 정반대 분위기. 축제를 즐기는 듯한 느슨함 속에서 일과 오락이 혼재한다. 도통 조급할 게 없어보이지만 해야 할 것도 다 이뤄지고 있어야 할 것도 다 있다. 빡샌 거 싫어하는..
일상을 지탱하는 거대한 주조물은 자학과 자뻑. 자학이 없으면 발전이 없고 자뻑이 없다면 멘붕을 감당할 도리가 없다. 자학보다 자뻑이 달콤한 것이 인지상정. 멘붕거리가 난립하는 요즘 세상에 나르시즘과 정신 승리는 디폴트로 탑재해야 한다. 골백번 자학과 자뻑 사이를 오가는 진자의 하루. 평소 같으면 모조리 리셋하고 자뻑에 취해 잠자리에 들겠지만 오늘만큼은 자학의 끝을 달리겠다. 아, 진짜 어디 가서 코박고 자해해도 모자란 오늘 하루. 요번 건이 치유되려면 시간 꽤나 걸릴 스멜. 누굴 탓할 것도 없고 그저 다 내가 모자란 탓임. 에라 세상에 쉬운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