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과 10월 두 차례 앤틱 가구 거리에서 펼쳐지는 이태원 앤틱 벼룩 시장. 올해는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로 날짜가 확정됐다. 마침 집에서 버라이어티하게 셀프 티타임할 요량으로 찻잔 수집에 착수했는데 이거슨 바로 나님을 위한 축제! 주말이라 차가 엄청 막힌데다 이리저리 헤매다 점심 식사도 겨우겨우 해, 이미 심신 방전 상태. 왜 날씨는 또 이렇게 덥고 지롤인지. 두꺼운 스웨터에 땀이 줄줄 흘러대니 전투적 쇼핑 태세는 이미 물 건너감. 이런 데일수록 두 눈 쌍심지를 켜고 샅샅이 뒤지고 훑어 발품 팔아야 할 터이지만 스캐닝만으로도 느껴지는 레어템 품귀 스멜. 행사 끝물이라 괜찮은 물건들은 이미 동이났거나 어름어름 일별하고 지나가서일 수도 있다. 더욱이 벼룩 시장이라고 하기엔 단가도 너무 세다. 수..
돈을 버는 이유가 '돈을 벌 수 있기 위해서'로 귀착되는 역설적 우로보로스 먹고사니즘. 천성적으로 주체할 수 없는 잉여력을 타고난 모태 한량이다보니 생업인 모드로 전환했다 하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차오르는 잉여 귀의욕을 다스리는 게 일 아닌 일이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사고 싶은 건 다 사고 먹고 싶은 건 다 먹어야 '조직'이라는 부조리 시스템에서 양호한 '부속품'으로 제 기능할 수 있다. 애써 번 돈을 또다시 돈을 벌기 위한 상태 마련을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시지프스의 삶. 배운 게 도둑질이라 (그나마) 대접 받고 밥벌이 해먹을 데가 여기밖에 없어 이 업계를 떠나지 못하고는 있다만, 이 동네는 마음 편히 잉여롭게 숨 쉴 수 있는 구멍이 다른 업종에 비해 열악하다는 생리적 한계를 지닌다...
이십대 후반부터 피부며 건강이며 관리에 돌입하지 않으면 삼십대 넘어가서 훅 갈 수 있다는 친구의 가르침을 따라 29세부터 '영양제가 있는 삶'을 본격 가동했다. 아이허브 뚫고 나선 아예 밥보다 더 많이 챙겨먹을 정도로 영양제를 신봉, 하루에 10종에 달하는 영양제를 먹으며 이 모든 분골쇄신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백날천날 영양제 먹어봤자 무용이라는 회의론적인 입장도 있지만 상업 술수의 진위를 떠나서 생전 영양제 따위 먹지 않던 사람이라면 처음 며칠 동안은 즉각적 호전 반응이 찾아 온다. 훨씬 덜 피곤하고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원기 생성을 피부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딱 고때 뿐이다. 한 일주일이 넘어가면 그냥 현상유지하는 정도. 건강 상태는 그전보다 전반적으로 개선되..
신촌 가면 으레 잊지 않고 들르는 홍익 문고. 책 둘러보는 맛도 있지만 방문의 첫째 목적은 오로지 몰골 체킹 때문. 옷매무새 확인하기에 최적화된 사방 거울 구조. 책도 보고 풀샷 복장 확인도 하고. (그러나 책 구매는 온라인에서...) 시간이 애매하게 떠버린 탓에 오늘도 어김없이 그곳을 찾았는데, 리모델링한 1층 실내 앞에서 휘둥그레졌다. 쉼없이 변신하는 신촌가에서 유일하게 세월이 비켜간 타입캡슐. 신촌 노른자 위라는 지리적 수혜를 방패삼아 꿋꿋이 마이 웨이를 고집하던 '황진사'가 새단장을 하다니 경천동지할 노릇이다. 예전보다 확실히 정돈된 느낌에 독자를 배려한 테마별 구색. 직원들도 훨씬 친절해졌다. 뭔가 애쓴 흔적은 역력한데 키치적 감성이 과잉해서 안쓰럽긔. 난 그저 정면 거울 하나가 없어져 섭섭할 ..
하루라도 네이버 '빵생빵사' 카페'에 출첵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먹부림에 대한 집착은 생에 대한 강한 의지의 반영. 하루이틀 신문뉴스쯤이야 보지 않을 수 있지만 매일매일 '빵생빵사'의 동향을 파악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된 삶의 의무를 방기하는 짓이다. 빵집 트렌드에 민감한 자라면 닥치고 접속해야 하는 빵덕후 관제센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빠르게 빵집 지형도를 갱신해주는 빵덕후님들 덕분에 나름 최신 빵집 DB를 보유하고 있다고 격렬히 자부한다. 이사 오기 오래 전부터 이미 이 동네 유명 빵집 경로 탐색을 마친 상태. 현장 답사를 통한 검증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나는 자가용 미보유자. 아무리 날고 기는 빵성지라 하여도 도보권을 벗어난 곳이라면 하등의 의미가 없다. 웹 기준으로 봤을 때 집 주변에 ..
민디 프로젝트 시즌 2 정보 FOX | 화 21시 30분 | 2013-09-17 ~ 2014-05-06 출연 민디 캘링, 크리스 메시나, 에드 윅스, 베스 그랜트, 조이 자먼 소개 외과의라는 번듯하고 폼나는 직장이 있지만 사생활은 결점 투성이인 여자 민디의 이야기를 담는 시트콤. 의 캐스트는 누구 하나 모자랄 것 없이 병맛 지수 만땅의 오합지졸. (그런데 실제 회사 풍경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함정)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싸이코적 신선함에 매료되어 '오피스리안' 모드 시절을 거치던 와중에도 큰 존재감이나 매력을 찾을 수 없었던 민디 케일링. 만년 조연급에나 어울릴법한 외모와 인디언계라는 비주류 혈통. 오피스가 아니면 어디 가서 연기로 밥벌이 할 수 있을까 싶어 내심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게 하던 '..
한때 수입의 4분의 1을 꼬박꼬박 바쳤던 아이허브. 막대한 기회 비용을 치른 끝에 이제는 꼭 필요한 아이템만 조달하는 것으로 지출 시스템을 가까스로 안정화시켰다. 개미지옥도 겪어보니 별거 없더라는. 그렇다고 무배를 알고도 지나치기엔 왠지 손해보는 느낌. 이럴 때 미리미리 생필품을 쟁이고 평소 무거워서 포기했던 아이템을 재빨리 사야 한다! 지난달 사재기한 먹거리 중 나를 가장 흥분시킨 땅콩밀가루! (4월 한정 프로모션인 척하더니 이번 달에도 계속 무배 진행 중. 아이허브 내 이것들을 그냥...) 봉지를 열면 공기 중으로 분사되는 달콤한 땅콩 내음에 침샘 폭발. 물 대신 우유를 넣고 견과류나 말린 과일 등의 부속물을 첨가하면 훨씬 더 맛이 좋아지겠지만 실험의 첫째 원칙은 무첨가 순수 맛을 먼저 확인하는 것...
뉴욕 3대 치즈 케익 중 하나라는 주니어스가 국내에 상륙했다. 오바마가 케익 셔틀하는 모습을 떡 전면 배치하여 대통령도 반한 궁극의 맛이라며 절찬리 마케팅 공세 중. 오바마 따위가 즐긴다고 해서 꿈쩍할 내가 아니지만 소수 몇몇 백화점에만 입점된 상태라 아직까진 희소성 높은 레어템이라는 데 낚였다. 너가 과연 3대 치즈 케익으로 불려도 합당한지 이몸이 손수 판단하겠다. (누욕 못가본 촌녀의 헛된 오기) 약속 장소를 기준으로 주니어스를 맛볼 수 있는 최단 경로는 명동 롯데. 약속 시간 전 치즈 케익 일개 정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도록 일치감치 집을 나서려는데 같이 원정가기로 철떡같이 약속한 동상님, 급변심하는 돌발 상황 발생. 팽당하니 더욱더 간절해진 치즈 덕심. 혼자서라도 처묵하겠다며 서둘러 롯데로 이동...
인생의 3분의 2를 보낸 나와바리를 등지고 새로운 곳에 정박한 지 약 2주 경과. 사람의 적응력은 어찌나 간사한지 처음 하루이틀은 어안이 벙벙하더니만 2주만에 귀소 회로 업댓 완료! 아쉬운 게 있다면 더 이상 후앙의 치아바타를 양껏 먹을 수 없다는 것뿐(앉으나 서나 그저 먹는 생각), 20년 추억 따위 연연할 것 없이 일산에 얽힌 모든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적당히 외져 있어 공기 좋고 물 좋고, 가까운 거리에 웬만한 편의 시설이 전격 포진해있으니 그럭저럭 선방하고 있는 새둥지살이. 역시 난 변방형 인간이던가. 차갑고 맑은 공기가 정신 건강에 이렇게나 혁혁한 도모를 하는지 미처 몰랐긔. 또 하나 새로이 재미붙인 야외 운동 루틴. 해 떨어지고 사위가 어둑해지면 집앞 운동터에 나가 운동 기구를 타기 ..
회사 다닐 땐 딱 일주일만 탱자탱자 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막상 전업잉여 한 달째에 접어드니 잉여질도 이력이 붙기 시작했다. 점점 생활 리듬의 균열이 생겨나고 엿가락처럼 늘어난 수면 시간 탓에 하루는 왜 이리도 짧은지. 슬슬 노동 세계로 귀환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즈음, 지인을 통해 흘러들어온 번역 소일거리. 우리말을 영어로 옮기는 작업이라길래 선뜻 나서기가 꺼려졌지만 '부담없이 해도 괜찮다'는 독려 아닌 독려를 받고 일단은 해보기로 결정했다. 딱히 번역이라 칭하기도 계면쩍다만 경험 삼아 용돈벌이하기에(지금 내가 똥된장 가릴쏘냐) 썩 괜찮은 딜이었다. 그러나 나는 '완벽하지 않은' 한국어 실력과 '완벽할리 없는' 영어 실력을 갖춘 허당 이중언어구사자. 한 문장, 한 문장 주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