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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다이어리

시사돼지 만만세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6. 7. 17. 17:59

 

 

팟빵 1위를 달리는 <김용민 브리핑>.

얼마전 돌을 맞았다.

 

난 사실 나꼼수 때도 김용민은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지라

호기심에서라도 들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용민이 자타가 공인하는 재주꾼이라는 거야 불문가지.

그러나 수위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과도함이

항상 왠지 모르게 부대꼈다.

 

그런데 우리 돼지가 달라졌다.

잡음 섞인 대소사를 겪으면서 맷집만 강해진 게 아니라

돼지력이 한껏 숙성 업그레이드됐다. 

 

총선이 끝나고 정치사회 팟캐스트들의 업댓 텀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거나 파볼까 하는 요량으로 시험 청취.

한번 듣고 바로 낚여버린 시사 돼지의 저력.

고정 청취풀에 바로 추가했다.

과연 <이이제이>와 <정봉주 전국구>의 아성을 무너뜨린 원조 팟캐돌이오.

 

팟빵 순위를 보면 진보 진영의 정치 프로가 순위권을 휩쓸고 있다.

이슈가 되는 아이템은 빤한데다 관점이 유사하다 보니

동일 주제 관련 에피소드를 두세 개 듣고 나면 결국 그 얘기가 그 얘기 같다.

 

물론 각기 다른 포지셔닝으로 차별화를 두고 있긴 하나,

시사를 다층적 관점에서 심도있게 파고들 필요성을 못느끼는 이로선

지대넓얕'으로 시사를 발빠르게 두루 훑는 데

<김용만 브리핑>만한 게 없다.

 

물정에 어두운 무지렁이가 낙오되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판을 읽을 수 있게끔 

꼼꼼지게 편달하는 고마운 시사 다이제스트.

업댓이 너무 과한 게 문제라면 문제.

러닝 타임도 내 기준으론 너무 길어

업댓되는 족족 다 듣자니 귀에 땀이 찰 지경이다.

 

타방송에 비해 원소스 전문까지는 아니여도 꽤 충분한 볼륨으로 제공한다. 

누가 이런 말을 하더라라는 식의 전달 버전을 듣는 것과

직접 그 말을 듣는 것 사이에서 수용의 반향은 천양지차.

 

물론 전문을 다 싣기 어려운 경우, 어느 부분을 취사해서 들려주냐에서

의도의 편향성을 필연적으로 내장할 수밖에 없다.

 

팩트 중심으로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해서

극단 진보주의 관점에 경도되지 않게 하는 등

형식적으로 매체의 공정성을 기한다고 한들

진보 성향이 희석되는 건 아니다. 

왕왕 生욕두문자가 휘날리고 막말 수위도 여전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정제된 돼지 2.0의 성숙함이 흘러나온다.

 

김용민의 전매특허 넘사벽의 성역, 성대모사!

김무성, 최경환, 김종인, 안철수 등을 패러디한 피박 퀴즈에서

신들린 다중 연기의 정점을 찍는다.

 

: 닭쳐! 닭치라구!

: ~한다고 봐(va)요~ 

는 고대로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캐치하다.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핑퐁처럼 교차시켜 희화,

사안의 시시비비를 청취자 스스로 판단하게끔 유도한다.

 

풍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기본,

민중의 소리 김용배 기자, 최동석, 김프로 등

탄탄한 고정 패널과 시사력 높은 핫한(?) 게스트 초대와

요일별 코너를 달리하는 깨알 구성,

피디 출신답게 소통 채널의 생리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콘텐츠를 가공하는 영험한 테크닉,

거기에다 김용민 색깔을 입혀 웃음과 재미의 포텐이 빵빵 터지니

과연 풍자의 신이시요, 시사 큐레이팅의 본좌시다.

 

혹자는 그렇게 말한다.

한 사안에 균형 감각을 견지하기 위해선

좌우 시각을 아우르는 포용성을 가져야 한다,

주야장천 진보 언론에만 스스로를 매몰시킬 게 아니라

수구(꼴통) 언론 지형도 틈틈이 살펴야 한다고.

 

그러나 그러기엔 시간도 없고,

시사 평형감각이고 나발이고 눈귀 콱 닫아버리고

오로지 진보 진영 목소리에만 귀기울이고 싶은데

그마저도 누군가 시사 엑기스만 콕콕 뽑아 떠먹여주길 원하는 

독선적 좌빨 게으르니스트에게 특히 <김용민 브리핑>을 적극 권장한다.

 

그러나 천하의 재주꾼, 시사돼지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으니

얼마전 출간한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 암만해도 판단착오같소.

 

내 아무리 김총수 열혈빠라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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