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질나게 비디오 빌려보던 시절에나 반납하기 전까지 두번세번, 열번이고 돌려보고 또 봤지, VHS 시절이 막을 내리고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영화뿐 아니라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때 한 영화를 2번 이상 보는 거란 일 아닌 일이다. 나홍진 감독의 괴물 같이 무시무시한 역대급 신작이 탄생했다고 세간이 제아무리 떠들썩한들 담약한 1인에겐 1도 어필하지 않는 오컬트 영화. 그런데 이걸 무려 4번이나 생으로 봤다. 과제라고 리뷰를 쓰긴 써야겠는데 뭘 써야 할진 모르겠고 좋아하지 않는 감독의 좋아하지 않는 류의 영화를 논하자니 눈앞이 막막. 그래서 보고 또 보다보면 뭔가 가닥이 잡히지 싶어 무식을 가장, 닥치고 반복 시청 한다는 게 도합 4번이 되어버렸다. 대중과 언론의 극렬한 반향이 거품이 아니라는 건 인정..
쳇 베이커의 전기 영화, 가 정말 정말 보고 싶은데 이마저도 비주류 예술 영화로 분류되는 건지 상영관이 고작 3곳. 간다 해도 씨네큐브 아니고선 나머지 2곳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거리.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는데 또 딱히 상영관을 늘려가며 관객 호응에 부응할 것 같지는 않다. 가까운 성남아트센터에 혹시 특별 상영 일정이 있진 않을까 싶어 웹을 훑던 중 발견한 대만 영화 . 읭? 소녀 시대가 띄어쓰기 되어 있지 않고 붙어 있는 걸 보니 혹시 저거슨 고유명사?? 내가 존싫어하는 소시가 이제 하다하다 영화 소재로도 나오는구나, 이 어찌 돌아가는 세상이냐며 탄식의 한숨을 내쉬며 클릭. 성남미디어센터 동네극장 독립예술영화관 7월 15일 상영작으로 떡하니 걸려 있다. 여기선 그래도 웬만큼 필터링된 작품만 상..
10회, '원작 소설보다 나은 영화편'에서 이동진이 추천한 영화 3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 2003년작이니 벌써 햇수로 십년이 훌쩍 넘은 추억의 명화. 2003년이면 나도 나름 파릇하던 이십이살 대학생 시절. 당시 큰 대중적 흥행은 거두지 못했지만 상당히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열렬히 회자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러나 난 아무리 기억을 파헤쳐도 그때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은, 그런데 최근에는 재개봉까지 하며 심심한 팬몰이를 한 신고전격 로맨스 영화. 원래 관심이 없으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법. 일본 영화는 원체 관심도 없고 생래적 거부감이 있어 국민 일본 영화라고 해도 무리수가 아닌 도 아직까지 안 봤으니 말 다했다. 몇 년 전 누군가 이 영화가 그렇게도 좋다고 해서 아, 고뤠? 하며 나도..
왕이 귀환했다. 생사 여부마저 갸우뚱하던 주성치의 건재를 알리는 신작 두둥! 주성치가 국내에서 도타운 마니아 층을 양산하던 시절, 나 역시 자타가 공인하던 주성치 빠였지만 주성치가 하락세를 걷기 시작하던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나브로 주성치와 멀어지기 시작, (주성치 스스로가 영화계에서 종적을 감추기 시작한 때이기도 함) 주성치를 신봉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지금, 주성치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에 다시 고개를 처든 팬심. 주성치 탄생일이 다가오면 교내 방송에 사연을 보내고 주성치를 심도 있게 스토킹하기 위해선 자유로운 언어 소통이 필수이므로 기필코 중문과에 들어가고 말겠다고 설레발을 치고 주성치 명찰을 여유분으로 파서 명찰 놓고온 아해들에게 무료 대여를 하던 주성치 열혈팬부심은..
근래에 본 (몇 안되는) 영화 중에서 중간 퍼즈없이 한호흡으로 끝까지 본 유일한 영화. 아주 뻔하디뻔한 구태의연한 소재와 플롯에도 불구하고 샐리 필드의 기막힌 캐릭터 소화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일별할 가치가 있다. 60대 여성이 새로 들어온 아들뻘 직원을 짝사랑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성장 영화. 영화 장르에도 나이는 무의식적인 필요충분 조건으로 작용한다. 로맨틱 영화라 하면 대개의 경우 주인공 연령대가 20~30대 언저리를 타깃 관객 연령도 그와 비슷할 경우가 많다. 성장 영화의 공식도 이와 유사한 통념을 답습하여 십대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영화를 흔히 성장 영화라고 칭한다. 나의 경우도 그러했지만, 십대에 유의미한 '데미안'식의 성숙을 경험할 공산은 그리 높지 않다. 진정한 의미의 성장..
업무 시간 중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딴짓 탑쓰리가 있다. 1. 바탕 화면 바꾸기 (바탕 화면은 마음의 창이다. 기분 고저를 수시로 표출한다.) 2. 엑셀 셀 색깔 채우기 (다양한 색상 조합을 꾀하며 컬러리스트 놀이를 한다.) 3. 문서 서체 바꾸기 (서체도 내용이다. 컨펌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가장 공들여서 시간을 투자하는 게 아무래도 3번. 용도폐기될 문서라도 이 서체 저 서체 닥치는대로 적용해보며 문서 스타일링을 시도한다. 아름다움도 좋지만 가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지라 결국엔 맨날 사용하는 서체로 허망하게 돌아오는 게 다반사. 이보다 더 하나마나한 시간 버리기 뻘짓도 없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깨알 잉여로움. 헬베티카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상용되고 사랑받는 영문 서체다. 디자인을 살..
릴리 톰린이 아니고선 그 누구도 소화 못했을 원맨쇼가 여기 있다. 왕년의 개성파 여배우라고 하기에도 무색한 세월의 갈퀴가 애석하다. 주름이 자글한 얼굴은 흘러져 내리고 힘없이 축처진 모발에 몸매도 엉클어진 추레한 몰골. 거죽은 닳아 흉해졌어도 릴리 톰린의 아우라는 여전하다. 언뜻 빅 사이즈 배트 미들러의 느낌인데 (실제로 둘은 닮을 꼴 배우로 회자되며 영화 에서 쌍둥이 역할을 맡은 적 있다) 장난기 섞인 눈빛과 에누리없이 시니컬한 달변. 까칠하고 무례하면서 유머를 잃지 않는 호쾌한 여장부의 결기는 죽지 않았다. 주인공 엘(레즈비언의 L이겠지)은 여성주의 학자이자 시인, 비정규직 대학 강사지만 현재는 백수. 피붙이 딸과는 의절한지 오래, 오랜 파트너였던 바이올렛이 사망한 뒤 딸뻘되는 여자친구 올리비아와의 ..
디 엔드 오브 더 투어 The End of the Tour 0 감독 제임스 폰설트 출연 안나 클럼스키, 제시 아이젠버그, 제이슨 시겔, 조앤 쿠삭, 마미 검머 정보 드라마 | 미국 | 106 분 | - 정말정말 보고 싶었다. 미국 소설가 데이빗 포스터 월러스를 다룬 . 월러스의 대표작도 국내에서 제대로 출간되지 않은 마당에 그를 소재로 한 영화의 개봉을 기대한다는 건 언감생심. 아무리 보고 싶은 영화라도 금붕어 기억력 탓에 금세 잊어버리는 게 다반사인데, 이 영화는 틈날 때마다 토렌트로 검색해서 도대체 언제 올라오나 자라목 빼고 기다렸다. 휴버트 드레이퍼스가 쓴 에서 알게된 데이빗 포스터 월러스. 월러스 하면 단연 그의 출세작 . 그를 일약 걸출한 엑스 세대 작가로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2015) Alice In Earnestland 8.4 감독 안국진 출연 이정현, 이해영, 서영화, 명계남, 이준혁 정보 드라마 | 한국 | 90 분 | 2015-08-13 하, 이런 내용인지 미처 몰랐다. 독립 영화에 삼포 세대 얘기라고 언뜻 주워들은 게 다라, 세대 담론의 또다른 얘기인가 했지, 저소득층의 현실을 극한까지 굴착한 괴기 영화일 줄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동화 속 앨리스를 당대 현실에 대입시켜 환상적 색채를 입힌 풍자 영화가 아닐까라고 점쳤던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강렬한 페이소스. (엄밀히 삼포 세대를 다뤘다고 하기엔 무리수가 있는 듯) 역시나 포스터의 방점은 주인공 수남(이정현)이 앨리스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그녀의 오른손에 들린 피로 흥건..
황야의 7인 The Magnificent Seven 9 감독 존 스터지스 출연 율 브리너, 엘리 월러치,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로버트 본 정보 서부,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 126 분 | - 구로사와 아키라의 를 서부식으로 번안한 작품. 리메이크작이 2017년 개봉 예정이다. 율 브리너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율 브리너 하면 에서의 모습만 알고 있었는데 을 비롯한 꽤 많은 서부영화에 출연한 바 있는 마초의 아이콘이었다. 율 브리너 외에도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등 헐리웃 영화사의 굵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무적의 7인 중 치기에 가득찬 젊은 피 치노 역을 맡은 호스트 부흐홀즈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기라성같은 명배우들이다. 사실 영화 자체보다도 더 유명한 것은 바로 엘머 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