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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함정
국내도서
저자 : 발터 크래머,토마스 바우어,게르트 기거렌처 (Gerd Gigerenzer) / 박병화역
출판 : 율리시즈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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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흡사 재난만큼 위험천만한 ‘불량통계에 대비하는 안전백서’처럼 읽힌다. 숫자로 ‘장난 똥 때리는’ 나쁜통계 유형을 차근차근 읊어준 뒤, 대중을 기만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통계놀음이 다시는 이 지구 상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을러메는 훈장의 전언 같다. 여지껏 ‘불량통계’를 알아보지 못하고 아무 통계나 덥석 믿어버렸던 스스로의 무비판적인 수용 행태를 사무치게 성찰하며 앞으로는 어떠한 낚시 통계가 현란한 미사여구로 꼬드겨도 절대 섣불리 낚이지 않고 통계를 샅샅이 뜯어보는 꼼꼼함을 발휘하겠다고 결심했다…가 불현듯 문제는 통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인식에 도달, 통계를 설계하고 통계를 해석하는 인간에게 비난의 화살을 꽂기로 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대다수 통계에 깨알 같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건 인정. 그러나 통계만 함정이 아니라 통계를 해석하는 우리 스스로가 함정일 수 있다. 과학기술의 위해를 우려하는 경고의 목소리가 간과하는 지점은 바로 과학기술 그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라는 것. 사람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좋다 나쁘다를 판가름할 수 있을 뿐이다. 통계 역시 그러하다. 우선, 검증된 표본에 기반하여 실험을 설계하고 상관성과 인과성이 혼동되지 않은 ‘선량’ 통계를 도출하는 ‘통계 생산자’의 학문적 윤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다음으론 ‘통계 소비자’의 스마트함이 발휘될 차례.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무턱대고 믿을 게 아니라 통계 기저에 깔린 의도와 목표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고 절대적 수치와 절대적 리스크를 구하며 통계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탐구자적 자세로 화답해야 한다. 

통계를 둘러싼 모두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선 ‘불량통계’의 덫으로부터 벗어날 방도가 없다. 저자도 반복해서 강조하듯 오류-free한 통계란 원천적으로 성립 불가능하다. 수치로 변환되지 않는 모든 요인을 고려해서 통계에 반영한다는 건 인간 능력을 초월한 신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류를 최소화하고 세상의 이치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통계를 검증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려는 ‘통계러’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인류의 안녕이 도모될 수 있었다. 이쯤 되니 통계는 마치 도달 불가능한 진리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인간이라 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설픈 ‘불량통계’를 시퍼렇게 들이대며 같은 족속을 현혹하는 파렴치한 짐승, 속임을 당하고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는 우매한 짐승, 그러나 여전히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직 하나. 인식 너머의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실패와 좌절도 불사하고 태생적으로 불완전한 통계의 완전성을 기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유의미한 지식정보를 채집하길 멈추지 않는 ‘자발적 시지프스’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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