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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달째, 심취중인 my version of '응답하라 1990s' 놀이.

그 놀이의 정점을 장식했던 <Frasier>를 드디어 완주했다. 

(오바 좀 해서) 93년부터 2004년까지 전미 대륙을 풍미했던 90년대 미드계의 전설 <Frasier>! 

초반에 폭풍 버닝을 하다 잠시 주춤하는 슬럼프를 어떻게어떻게 극복, 

시즌 11까지 완주하고 나니 쏙이 다 시원하다. 

시애틀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미드 하면 Grey's Anatomy를 꼽겠지만, 

이보다 10년 앞서 방영된 <Frasier>의 아성에는 못미친다. 



시애틀의 랜드 마크 Space Needle을 형상화한

프로그램 로고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청취자들에게 훈수 꽤나 

두는 허세 호스트 



 

<Cheers>의 닥터 크레인 캐릭터를 발전시킨 스핀오프로 제작되어 오리지날 시리즈보다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Friends>가 시즌 10으로 종영되었으니, 11시즌까지 롱런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인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막 이혼을 겪은 크레인 박사가 시애틀로 귀향해 라디오 상담 프로그램을 맡게 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은퇴한 경찰 아버지, 마틴 크레인과 그의 건강 보조사 대프니, 애교만점 강아지 애견 에디와 한지붕 아래 살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가족 분투기, 그리고 라디오를 함께 제작 진행하는 로즈와 불덕 라인의 일터 분투기, 이렇게 크게 양분된 구조로 얼개가 짜여져 이야기가 스토리가 전개된다.  





캐릭터 설정이 대단히 정교하고 치밀하며, 탄탄한 대본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러닝 타임이 짧아(이거 중요하다. 나같이 저질 집중력을 가진 인간에겐 20분이 최적이다)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속도감 있는 내용 전개로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screwball comedy의 백미라 하는 repartee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는데, 속사포 대사 속에 지적인 유머와 위트가 번뜩인다. 엘리트라는 캐릭터 설정에 맞게 정제된 표현과 지적인 언어유희가 난무한다. 영어 학습적 측면에서 볼 때, <Friends>는 일상 회화 표현을 습득하기에 좋고, <Frasier>는 좀 더 formal한 setting에 알맞은 격조 있는(?) 고급 어휘를 익히기에 적절하다. 


크레인 형제는 90년대 여피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형 프레이저와 동생 나일즈 둘 다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로 과잉 자의식에 사로잡힌 나르시즘의 화신이다. 지적 허세와 속물 근성의 노예지만,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적인 모습에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이들을 통해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파워 엘리트 계급의 이면을 폭로하고 희화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실제로 프레이저, 나일즈 역을 맡은 켈시 그래머와 데이빗 하이드 피어스 모두 화려한 이력과 재능의 소유자다. 아무래도 양질의 교육 혜택과 폭넒은 예술을 향유하며 길러온 개인적 성장 배경이 캐릭터에도 자연스레 녹아 들어 더 현실감 있는 연기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최고의 캐릭터를 꼽으라면 시니시즘의 종결자, 존 마호니(마틴 크레인)라 하겠다. 독특한 음색의 굵은 목소리와 발군의 연기력, 그리고 볼수록 빠져드는 핸썸한 외모.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이 할아버지 정말 미친 존재감의 초매력적인 배우다. 

 









무엇보다 <Frasier>는 2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뛰어난 미적 감각의 향연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여피 캐릭터에 부합하는 패션 스타일과 upper middle class를 대변하는 실내 인테리어 등 90년대의 '풍요로움'과 세련된 취향을 엿볼 수 있다(미국은 누구나 노력하면 부와 명예를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미국만큼 철저하게 계급화된 국가도 없다. 계급 분화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이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여유 아닌 여유가 외부인의 시각에선 여전히 생경하다).


<Frasier>는 2000년대 초중반 국내에서 미드 돌풍이 몰아쳤을 무렵 인기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시즌이 서서히 종결되던 시점이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Friends>처럼 스타성 있는 배우 캐스트도 아니라 더더욱 그러했다.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아스라히 잊혀져간 추억의 시트콤이지만, 쟁여뒀다 웃음이 필요할 때마다 한편씩 꺼내보고 싶은 나만의 유머 일번지 Frasier 쫭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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