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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of hypertext

A Tribute to Selena, Queen of Tejano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3. 8. 23. 22:58

 

 

90년대 초중반 '테하노의 여왕'이라 불리며 가난한 라틴계 이민자들이 그리던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었던 셀레나 페레즈. 비운의 사고로 요절하지만 않았다면 라티노 디바의 일인자로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팝 지형도가 펼쳐졌을 것이다. 자신의 팬클럽 회장이자 매니저를 맡던 욜란다 살디바와 언쟁 끝에 총기 살해를 당해 23세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한창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그녀의 인생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녀의 죽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팬들과 재능이 넘치던 젊은 여가수를 기억하는 모든 이를 위해 그녀의 이름을 딴 전기 영화가 만들어졌다. 당시 무명 신인에 불과하던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을 맡아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누군가의 죽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계적 스타로 도약하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으니 이 또한 참 운명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영화 속 제니퍼 로페즈는 셀레나 캐릭터에 빙의하여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뛰어난 춤, 노래, 연기 실력을 보여준다. 제니퍼 로페즈가 아니고선 그 어떤 누구도 셀레나 역을 이토록 완벽하게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셀레나의 분신이었다. 이후 제니퍼 로페즈는 라틴계 최고 여배우이자 가수 자리를 꿰차며 커리어적 승승가도를 달리게 된다. 만약 셀레나가 계속 살아 있었더라면 제니퍼 로페즈가 지금처럼 라틴계 스타 자리를 독식하진 못했을 것이다. 셀레나는 요즘 미적 기준에서 보았을 때 대단히 빼어난 절세 미인형은 아니다. 그럼에도 라티노 특유의 굵은 신체선과 불륨감이 있어 라틴계, 특히 멕시칸 특유의 건강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래전 EBS에서 매주 일요일이면 세계 유명 팝가수들의 비화를 다루는 프로를 방영하곤 했는데 셀레나 편이 유독 인상 깊었다. 자신의 광팬이던 중년 여성의 총에 맞아 한창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비운의 여가수라니, 영화같은 죽음만으로도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가늘고 감미로운 선율로 잔잔히 흘러나오던 I could fall in love 트랙만큼은 왕왕 찾아 듣고 싶을 정도로 깊은 여운이 남았다. 오랜만에 유튜브로 무한반복해서 듣는 셀레나의 음성은 아무리 들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안타까운 죽음이 떠올라서 그런지 애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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