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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전용 본격 팟캐스트가 떴다! 이 땅의 모든 출판업자들의 갈급함을 채워줄 해갈 플랫폼, 두 여자의 놀이패! 어크로스의 김류미와 은행나무 오가진이 뭉쳤다. 아 이 언니들 어쩜 이렇게 말도 똑부러지기 잘하냐...  평소 트윗 탐라를 훔쳐보며(?) 보통내기들이 아님은 익히 알고 있었다만 아 정말 들을수록 대다나다. 게스트로 출연한 알라딘 인문 MD 박태근 역시 입담이 예사롭지 않다. 하늘빛 소년이라는 닉넴으로 더 익숙한 이 분. 감성 촉촉 순수 문학 소년이 아닐까 지레 추측했었으나 말하는 본새를 보아하니 이 분 역시 보통 강단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사실 어디 가서 편집자였다고 말하기도 참으로 계면쩍은 일천한 '야매' 편집 경력나의 명함이 나를 편집자라 명명했을 뿐 제대로 된 편집일은 배워보지도 못한 거나 다름없다.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편집자라기보다 조파니스트에 더 가까웠다(조파니스트 자격증이 있다면 난 무조건 특1급임). 그러하기에 늘 '정통' 편집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지금은 그냥 독자로 남는 게 낫다는 쪽으로 돌아선 상태. 훌륭한 저자를 만나 산고의 고통 끝에 책을 펴내는 순전한 기쁨 따위 알지 못하는 나로선 이들의 얘기를 주워 듣는것만으로 대리만족은 충분하다.

 

평일 출근 시간대 합정역 부근, 한손에는 가방을 다른 한손에는 종이 뭉치가 가득 들은 보조 가방을 얼쳐매고 총총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 중 열에 아홉은 인근 출판사에 소속된 편집자라는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 뭐라 해도 가장 공감했던 대목은 주말에도 교정을 보겠다며 원고지를 가져갔다 하나도 보지 않고(심지어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음) 월요일 아침이면 고대로 들고 온다는 얘기! 세상에 나만 그러는 게 아니었어!!! 내가 이 짓을 본격적으로 내재화하기 시작한 건 고3때부터다. 불현듯 집중도가 높아지고 공부가 너무너무 잘돼서 미츄어버리는 새벽 한 시. 독서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켜켜이 쌓아놓은 문제집을 잔뜩 싸가지고 밤을 하얗게 불태워서라도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란 부푼 마음에 집으로 향한다. 그러고 집에 도착하면 바로 잠이 듦(불 켜놓고 잔 걸 엄마한테 안 걸리면 천만다행). 아침에 허망하게 눈을 뜨면 내가 어제도 미쳤지를 연방 읊조리며 잔뜩 가져온 문제집을 책가방에 쑤셔 넣을 때가 허다했음. 그리고 나이를 열댓살도 더 처먹은 지금도 똑같은 짓을 한다. 요즘도 집에서 밀린 일을 하겠다며(회사에서나 집중해서 똑바로 할 것인데) 서류란 서류는 다 챙겨오지만 들춰보기라도 하면 양반이다. 고대로 다시 들고 갈 걸 알면서도 이러지 않으면 주말 내내 심기가 불편할 게 걸려 마음이라도 편하자고 이러는 거다(그러나 펼쳐보지도 않은 일거리를 도로 챙겨야 하는 월요일 아침이 밝아오면 마음이 어둡다 못해 새까맣다...).

 

이런 단비같은 팟캐스트가 있어 지난한 출퇴근길 지루할 새가 없다. 귀에 콕콕 박히는 두 여자의 깨알 수다. 첫회부터 이렇게 재미지니 앞으로는 얼마나 더 재미질 작정인 거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걸 몸소 증명해준 두 분께 심심한 존경과 함께 팬심을 드리옵니다.

 

http://www.podbbang.com/ch/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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