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근래에 들은 팟캐스트 중에서 가장 심금을 적셨던 진중권 문화다방의 음악평론가 강헌 편. 이른바 故 신해철 헌정으로 편성된 특집이다. 예고 없이 허망하게 떠나버린 마왕을 추모하며 1,2부에 걸쳐 한국 가요계의 명맥을 되짚어본다. 신해철이라는 인물을 거점 삼아 복원하는 가요계의 흥망성쇠. 유유히 흘러간 가요사를 홀연히 복기하며 새삼스레 확인하는 신해철의 부재는 여전히 거짓말처럼 헛헛하다


이름 석자마저 범상치 않은 신해철은 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전무후무한 독보적 뮤지션이었다. 내 나이대보다는 조금 더 앞선 90년대 학번에겐 동시대를 함께 살아낸 별난 '친구'와도 같았을 터다. 유명인의 죽음이 이리도 오래도록 가슴 저미고 목울대를 홧홧하게 달군 적이 있었던가. 마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며 그를 비호하는 두터운 골수 팬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그의 직선적 '마왕 화법'은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뭐랄까, 아니꼬워도 이런 사람 하나는 가요계와 대중문화 발전을 위해 꼭 있어야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천재적 아우라가 있었다. 통념에 도전하는 거침없는 발언과 과단함은 만용을 부리는 껍데기 딴따라와는 전적으로 결이 달랐다. 가부를 떠나 자신의 신념을 언어와 음악으로 표현하는 번역술만큼은 가공할 만했다. 신해철을 특별히 추종하지 않는 자라도 그가 사람을 잡아끄는 기괴한 매력의 불세출 '마왕'이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의 팬이라 자임할 만큼 '신해철 빠'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시대의 아이콘이라 여겼던 그의 죽음은 실로 비통하고 애잔하다. 망자를 기억하며 다시금 꺼내듣는 신해철의 앨범들. 죽음과는 먼, 그의 낭창한 목소리가 코끝 시큰하게 늦가을 정취를 메운다. 신해철 음악에는 섣불리 언어로 치환되지 않는 모종의 '진심'이 배어있다. 진성성이란 단어만큼 헤프게 소비되는 적이 없는 요즘이지만 그의 노래는 가슴을 울리는, 진성성 어린 무엇이 있다. 뮤지션이기에 앞서 자신의 삶과 음악에 지나칠 정도로 진솔하고 뜨거웠던 한 인간을 너무 빨리 잃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아프게 기억될 것 같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