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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buff 빙의

반려동물도 딴짓(?)을 한다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6. 9. 15. 10:26

 

 

 

내 본디 정신연령이 유치하여

만화 덕심이 유별하다는 걸 차치하고라도

이 영화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1. 개님 2마리가 주인공

2. 개님 1의 목소리를 루이 C.K.가 맡음

3. 개님 2의 목소리를 에릭 스톤스트릿이 맡음

 

하나 더 굳이 꼽사리로 덧붙이자면

 4. <미니언즈> 제작진이 만들었으니

재미없을 확률이 극도로 희박하리라는

맹목적 신봉이 깔려 있다.

 

 

주인공 캐릭터와 목소리 합체율이 100%에 육박하는 천부의 하모니.

 

 

루이 C.K.보다는 홀쭉하지만

희끄무레 어리뻥뻥한 이미지를 쏙 빼닮은 맥스

볼륨으로 치자면 애완견 버전 에릭 스톤스트릿이라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듀크의 투톱 주연.

 

주연 못지 않게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조연 출연진의 목소리도

헐리웃 유명 배우들로 온통 도배.

 

 기젯 역의 제니 슬레이터  /  티베리우스 역의 앨버트 브룩스

스노우 볼 역의 케빈 하트  /  멜 역의 바비 모니한

 

그외 목소리 출연진 모두 상당히 고퀄들이다.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가가호호 주인들이 집을 비운 하루 동안

맥스와 듀크를 주축으로 반려동물이 겪는 모험활극.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Pets>인데

살짝 어안벙벙하게 <마이펫의 이중생활>로 번역됐다.

원제에 없던 소유격 My가 난데없이 붙어

영어와 한글이 섞인 기이한 혼종 비문으로 출시.

 

secret life 역시 '은밀한 생활'이 더 적확하지만

'이중생활'이라고 살짝 비틀어 의역함으로써

나의 반려동물들이 내가 없는 동안

 과연 어떤 딴짓을 할까 하는

관음증적인 호기심을 교묘하게 불러일으킨다.

 

네 글자가 쌍을 이루어

4·4운율이 이중주되는 음악성까지 갖췄으니

생각없이 막 지은 건 분명 아닐 것이라고 추정됨.

 

대중성을 정확히 겨냥해서

부르기도 쉽고, 기억에도 잘 남으면서

원문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지능적인 번역 사례라고 추켜세우고 싶다.

 

 제목은 상당히 영리하지만 윤리적이지는 않다.

 

내 앞에서는 한없이 사랑스럽기만 한 

금쪽같은 나의 반려동물이

 내 뒤에서는 돌연 악마로 변신하여 

무슨 작당 모의를 한다면야

'이중생활'이라는 속칭이 당위성을 가질텐데,

영화 속 반려 동물들은 하나같이

배반의 ㅂ도 모르고

시종일관 주인을 위하고 주인의 손길에 길들여져

심지어 주인의 귀가 전까지 모험을 끝내고 돌아오는

순종의 모범을 보이지 않던가.

영화 제목에서 풍기는 구린내와 달리

모두가 주인에게 종속된 신분을 망각하지 않는

분수를 지키고 있다.

 

이 영화는 언뜻 보기에 인간중심에서 탈피하여

반려동물에게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

 변방(?)의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썩 참신한 시도라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다.

영화는 주인이 희망하는 반려동물의 충정심과

주인과 반려동물 간의 화목한 관계만을 그려내며

번연히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고수한다.

 

좌우지간, 낚시 떡밥성 제목에 낚였을지언정

결코 분해 하거나 불쾌하게 여길 필요가 없는 게

속는 셈 치고 보아도 마음을 서르르 녹아버리게 만드는  

필살의 귀여움 하나로 모든 게 다 용서되기 때문이다.

  

 

 

(맥스는 잭러셀테리어,

듀크는 뉴펀들랜드 혹은 목양견 잡종,

기젯은 화이트 포메라니안에서 모사한 캐릭터들이다.)

 

 

'이중생활'이라는 제목이 생판 뜬금포는 또 아닌게  

영화를 관통하는 테마 중 하나가 '이중성'이기도 하다.

겉과 속이 다른, 예상을 빗나가는 반전 흥취.

 

헤비메탈을 즐겨듣는 프렌치 푸들,

눈하나 꿈쩍않고 태연하게 살생하는 아기 고양이,

인류 멸망을 위해 투신하는 토끼 등등

통념을 배반하는 의외성이 요절복통을 유발하는 주요 장치다.

 

토끼 스노우볼이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캐릭터.

앙증맞은 한주먹 사이즈에 쓰담쓰담하고 싶은 천진난만한 외모에

전혀 걸맞지 않는 걸걸한 성인 남자 목소리를 내뱉으며

간특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통적 만화 문법이라면

이정도급 청순깜찍한 토끼는 불문가지  

'여자여자'한 소녀 목소리를 냈겠지만,

스노우볼은 통습을 가차없이 파괴한다. 

새하얀 토끼가 흑인 남성 음색으로

흑인 영어를 할 때의 반전 쾌감이 실로 엄청나다.

 

 

 

스노우볼 일당에 쫓겨

졸지에 브룩클린으로 좌초된 맥스와 듀크.

그리고 때마침 그들의 '개이다'에 걸려든 소세지 스멜.

스멜에 이끌려 소세지 공장을 무단잠입한 맥스와 듀크가

위가 찢어져라 허기를 달래는데,

바로 여기서 미니언즈를 모티브로 했음이 자명한

소세지 군단이 전격 등장한다. 

미니언즈스러운 합창과 안무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미니언즈를 향한 오마주를 보낸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레퍼런스와 오마주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일일이

거론하기 귀찮으니 링크걸기로 갈음함.)

http://www.imdb.com/title/tt2709768/trivia?ref_=tt_trv_trv

 

 

애니메이션 계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엔터데인먼트가

이전 <슈퍼배드>, <미니언즈>에서 보여주었던

전복적 상상력을 기대했다면 필시 실망할 확률이 크다.

 

슈퍼배드와 미니언즈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에서 비롯된 순창작 캐릭터.

그에 반해, '반려동물의 이야기'이라는

현실접점이 높은 설정에 기초한<마이펫의 이중생활>은

기상천외함이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밖에 없다.

 

대신 반려동물의 종별 특징과 감정 표현을  

실재보다 더 그럴싸하게 극사실주의적으로 그려냈으니

찰찰한 디테일 구현만으로도 아낌없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귀여움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영화'

'애만 아니면 볼일 없는 영화'라는 세간의 혹평 모조리 즐-

다 필요없고 귀여움 하나면 됐지 하는

극단적 귀염 제일주의자로서  

영화에 만연한 상투성에도 아랑곳없이 

본 영화를 세기의 '귀염작'으로 추대하겠다.

 

일편단심 주인바라기 맥스 같은 충견이 있다면야

세상에 바랄 게 없겠지만

실물 개 키울 형편이 못되니

그저 피규어나 심심스레 써치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뿐.

 

 

몽땅 다 갖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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