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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buff 빙의

가장 미국적인 Chinese THING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7. 4. 2. 17:22


중국 음식은 미국 사회에 침투되어 본토와는 다른 식문화 스타일을 개척. 

현지인 기호에 맞게 조리 방법을 보정하고

특유의 단맛과 신맛이 강화시켜 뉴 스타일을 장착했다.


넷플릭스에 풍부하게 탑재된 푸드 다큐를 한 개씩 크로스 오프 중인데

여지껏 제일 재밌게 본 한 편을 고르라면 

단연 <The Search for General Tso>





미국화된 중국 음식의 절대 아이콘, 

제너럴 쏘 치킨 (General Tso's Chicken)의 기원과 문화적 함의를 추적하는 다큐.


제너럴 쏘 치킨은 미국인이 가장 만만하게 즐겨먹는 중국 음식이자

거의 모든 중국 식당에서 내놓는 빼박 메뉴다.

그 표기 방식도 조립 방식도 제각각.

발음도 초우인지, 쏘우인지 말하는 사람 마음대로.

제너럴 쏘가 실재 인물이긴 한건지

제너럴 쏘와 치킨과의 연관성은 대관절 무엇인지

그 면면을 유쾌하게 들여다본다.





중국 음식의 발달은 미국 내 중국 이민사와도 맞물려 있다.

음식점은 초창기 이민자들이 생계를 위해 택한 생존 창구이기도 했다. 

인종 차별과 사회 탄압으로 암흑기도 거쳤지만 

6-70년대를 기점으로 중국 요식업계는 활황기를 맞는다.


그 분수령을 이룬 것이 바로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통(Michael Tong)이 

뉴욕에 문을 연 션 리 팰리스(Shun Lee Palace)와 후난(Hunan).

제너럴 쏘 치킨은 바로 이 후난에서 최초로 선보인 신상 메뉴로 여겨졌다.

후난의 셰프 왕(Chef Wang)이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인 입맛에 척 붙도록 맞춤 개발한 신박 닭요리.

이후 무수한 카피캣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명실공히 차이니즈 아메리칸 푸드의 보통 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제너럴 쏘 치킨의 원조는

버젓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따로 있었으니 

대만의 끗발 날리던 셰프 펭(Chef Peng)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후난성 출신이었던 펭은 대만으로 건너가 

정부 수석 요리사 활동했다.  

장개석을 위한 특별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고심하던 중

같은 후난 출신으로 실재 청나라 전쟁 영웅이었던 쏘 장군을 오마주로 한

제너럴 쏘 치킨을 고안했다.


펭은 미국에서 자신의 창작템이 도용되는 현실에 분개하며 

오리지널리티를 되찾기 위해 후난 근처에 레스토랑을 차렸지만 

폭망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는 슬픈 비화가 있다.  

해서 제너럴 쏘 치킨의 원조는 

공공연하게 셰프 펭과 후난 차지가 되었고 이는 정설로 굳혀졌다.   


애국지사였던 쏘 장군은 본인의 이름을 딴 음식이 

아메리칸 차이니즈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애국 영웅의 이름이 가장 애국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소비되는 기막힌 아이러니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 음식으로 분류되지만  

본토인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제너럴 쏘 치킨. 

이는 마치 포춘 쿠키가 오로지 미국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만들어진' 문화 상품이라는 것과 상통한다. 


제너럴 쏘 치킨을 위시하여

미국 내 중국 음식의 높은 인기와 대중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고 배부르게 먹기 좋은 저질 음식으로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중국 요식업은 

대다수의 이민자들이 정착을 위해 가장 먼저 손쉽게 고려하는 

진입 장벽이 낮은 저수익 고노동 업군이다. 


그럼에도 중국 음식이 가지는 문화적 위상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건,

차이니즈 인디언/멕시칸 등 

미국화된 중국 음식을 다시 인도식, 멕시코식으로 재해석한 

창조 메뉴가 탄생하는 등 

문화 융성에 혁혁한 이바지를 하며 고유한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뭐 중요한건 

현지화가 되었든 본토 정통이든 

중국 음식은 언제 먹어도 최애 존맛이라는 거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음식에 얽힌 역사 정도는 

알고 먹어야 더 맛있지 않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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