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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다운 받아놓길 몇 번,

그런데도 선뜻 클릭이 가지 않아 휴지통에 버리기를 반복.

괜스레 또 아쉬운 마음이 들어 놋북에 넣어두었다가

돌연 변심하고 내다버리는 뻘짓을 하기 전에

이번에는 무조건 보자고 작심하고 시청.

 

좀만 보다 노잼이면 집어쳐야지 했는데

순식간에 서스펜스 볼텍스 안으로 빨려들어감.

 

하, 뭐 이런 괴물 같은 영화가 다 있는 거냐...

진작에 보지 않고 처박아두었던 나를

무심히도 책망하게 하는 '미친' 영화. 

이 영화는 그냥 명작이 아니라 초특급 수작이다.

죽기 전에 꼭 볼 영화 리스트에서

이 영화가 빠진다면 선별 방식에 필경 오류가 있는 게다.

 

알콜 중독에다 추악하게 늙은 퇴물 여배우 제인 역의 베티 데이비스.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가 되어

사악한 언니 제인으로부터 학대 받는

동생 블랜치 역의 조앤 크로포드.

 

기라성 같은 두 배우의 연기 맹공에다

디테일 하나까지 섬세하게 엮은 시나리오와 연출,

헉 소리를 절로 내게 하는 반전 결말까지

요즘 영화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흠좀무의 끝판을 구사한다.


난형난제의 두 명배우지만 그래도 승패를 논하자면

조앤 크로포드의 석패라 하겠다.


베티 데이비스의 광냔이 연기에 감읍하여

나홀로 기립박수를 보낼 뻔.

이제껏 영화에서 보았던 무수한 비치bitch 순위를 경신하는 상 비치를 보았다. 

저렇게 연기를 하다보면 진짜로 미친냔이 될 것만 같다. 

그로테스크한 행색에 눈을 희번덕거리며

마른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 쇠소리를 내는 

정신착란의 괴물을 내림받았다.

아역 배우로 누리던 인기와 영화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며

자기보다 못났던 동생의 성공을 시기질투하는 메가급 사탄. 

가부키 화장마냥 얼굴에 떡칠한 채 

나이에 한창 걸맞지 않은 아동복을 입고 

베이비 제인을 재연하는 광기의 퍼포를 보노라면

인간의 바닥이 꼭 저렇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덧없는 스타의 말로를 핍진하게 그린 세기의 명작이라면

단연코 <선셋 대로>.

이 영화는 <선셋 대로>에 겹겹의 레이어를 두른 느낌이랄까.

퇴물 배우의 추악한 노망과 도착된 욕망이라는 주제에 

자매 간의 불화라는 갈등 요소를 심화시켰다.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족이 도리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때 

엄습하는 순전한 공포.

영화 말미에 이르면 머리 검은 짐승에 내재된 

악의 두려움이 배가되는 동시에 

연민과 애잔함을 떨군다.

 



베티 데이비스와 조앤 크로포드 간의

불구대천 원수 드립은 익히 알려진 바.

촬영 현장에서는 물론 영화 개봉 후에도

날선 신경전에 얽힌 깨알같은 비화가 전해진다.


 촬영 당시 50을 넘긴 베티 데이비스는 

'제시카의 추리 극장'을 연상케 하고

조앤 크로포드는 하춘화와 흡사하다.

(이때 나이 50은 확실히 지금 50대와는 다르게

훨씬 더 원숙한 노령의 느낌이다)

 

리즈 용모는 탈각되어도 연기의 깊이만큼은 완전 무결점.

(사실 애초부터 미모보다는 연기 재능으로 더 유명한 두 배우지 않던가)

이 두 배우가 아닌 그 누가

욕망의 노예로 발가벗겨진 인간 퇴폐와 

시기와 증오로 삐뚤어진 자매 지간을

이토록 실감나게 열연했겠나 싶다.


이 영화는 마땅히 소장해서 

이따금씩 전율을 만끽하는 데 십분 활용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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