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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알고리즘
국내도서
저자 : 페드로 도밍고스(Pedro Domingos) / 강형진역
출판 : 비즈니스북스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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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은 알아도 머신러닝은 생소하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알고리즘에 대한 기억은 전무하다. 
마스터 페이지까진 익숙하지만 마스터 알고리즘이라니 금시초문이다. 
이런 내가 머신러닝으로 마스터 알고리즘 창안을 주창하는 교본을 완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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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과학자의 탈을 쓴 약장수. 능수능란한 요설과 풍부한 간증을 주무기로 마스터 알고리즘이라는 영약을 판다. 저자에 따르면 ‘잘 만든’ 마스터 알고리즘 하나로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이란 올바른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뿐. 저자는 자신이 일러주는 대로만 잘 따른다면 누구나 쉽게 마스터 알고리즘을 발명할 수 있다고 호언한다. 기호주의, 연결주의, 진화주의, 베이즈주의, 유추주의, 이 5개 영역의 장점만을 취사해서 마스터 알고리즘 하나쯤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말인즉슨 우리 모두 마스터 알고리즘의 두뇌를 가진 ‘아기 로봇 로비’를 빚어낼 수 있는 잠재적 창조주다. 마스터 알고리즘만 정복하면 주인Master에게 완벽히 복무하는 인공 지능을 뚝딱 만들 수 있고 이로써 광대한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라는 개풀 뜯어먹는(다고 생각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있다. 

관련 지식이 일천한 내 과문함 탓인지 모르겠지만 과학기술의 전능함을 예찬하는 저자의 교조적 논법은 자못 솔깃하면서도 생래적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저자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증명하기 위해 갖은 수를 동원해서 논박을 방어한다. 내 비록 구체적인 수준까지 파고들어가 논리적 허점을 따박따박 상술할 재간은 없으나 책을 덮는 순간까지 스멀스멀 차오르는 거대 의문. 기계가 자발적으로 학습하게끔 유도하는 마스터 알고리즘을 탑재해서 인간의 노고를 줄이고 미래 혁신을 이루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알아서 돌보고, 인력으로 불가능한 난제도 알아서 척척 해결하는 인공 지능이 언젠가 하극상을 모의해서 주인을 몰아내고 종국엔 인간을 지배할 디스토피아의 단초가 되지 않겠는가? 현 인류가 돌연변이로 진화를 거듭해 온 결과물이듯 인공 지능도 돌연 호모 사피엔스를 능가하는 우월종으로 인류를 위협하지 않으리란 법이 있겠는가? 물론 단호박 저자는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가능성 0의 궤변이라고 일축한다.




비관주의자 선언
저자의 도 넘은 낙관과 인간 본성에 대한 신뢰는 기가 찰 정도로 맹목적이다. 미래의 전쟁 발생 가능성을 당연히 전제하는 양반이 마스터 알고리즘용 데이터가 악용될 가능성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 개인과 기업이 데이터를 서로 도의적으로 공유하며 진보하는 장밋빛 미래를 확신한다. 심지어 자동화로 실업 인구가 대거 양산되면 비로소 재분배의 가치와 미덕이 재평가 받게 될 거란다. 역사 속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듯이 인공 지능의 틈입과 무관하게 소수의 지배 권력과 다수의 피지백 권력으로 양분된 계층 구도는 인류가 생존하는 한 어김없이 계속될 것이다. 더군다나 마스터 알고리즘 세계에선 오로지 정확, 신속, 편익의 잣대로 손익계산되며 우연성의 즐거움은 철저히 배제된다. 기술 진보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는 과학절대주의자의 공학적 신념.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등장하는 내 ‘디지털 반쪽’까지… 불현듯 몹시도 메스꺼워진다. 

저자는 머신러닝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도했지만, 덕분에 나는 휴먼러닝의 쓰라린 좌절감에 절규했다. 미래는 순전히 (저자처럼) 머신러닝을 심도 깊게 이해하고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 지배하는 세상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도식화하듯 사람 대 기계가 아니라, 기계를 이용하는 사람 대 시계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대결이라는 저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불 보듯 뻔하다. 나는 고작 글로 머신러닝을 배우는 데조차 실패. 재독 삼독하면 사정이 달라질려나. 머신러닝이 필연적인 생존 도구라니 그래도 한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이야 쳐보겠지만 이래가지고 ‘기계를 이용하는 사람’ 축에 낄 수나 있을지 초조해졌다. 대체로 별 걱정 없이 잘 살던 나로 하여금 스스로의 지적 수준을 의심케 하고 돌연 미래의 암울을 번뇌하게 만든 저자에게 이 모든 울분 섞인 원망을 노룩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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