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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중독 코스프레

Burning the Page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7. 5. 7. 12:15


(http://www.makeuseof.com)


현재 전 세계 e-리더 표준은 누가 뭐래도 아마존 킨들.

2007년 출시 이래 전자책 전 세계 전자책 시장 지형도를 석권, 

아마존의 위상을 공고히 다지는 충일한 견인차로 복무중이다.

2010년 범용 아이패드의 출현으로 잠시 맹주자리에 견제를 받기도 했으나

독서에 최적화된 e-리더 가운데에선 아성의 1인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놀라운 사실은 소니가 이보다 몇 년 앞서 

e-리더 혁명을 최초로 시도한 바 있다는 것!

그러나 사용자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UI와 빈약한 콘텐츠 풀로

제대로된 엠비언트 구축에 실패. 

시장에서 기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무참히 퇴출된 바 있다.

전자책 업계에 혁신을 일으키진 못했으나 

시장 '최초'가 반드시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님을 방증하는 사례로 역사에 보답했다.


(https://www.amazon.com/)


작년 고급형으로 출시된 킨들 오아시스만 봐도

e-리더의 물성 진화가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여실히 입증.

업그레이드된 킨들 보이지만 놓고 보더라도 

2년 전 오로지 가성비 하나만 보고 샀던 내 페이퍼화이트와 비교하니 

핸드폰 보급 초창기 시절, 모토로라 벽돌폰을 갖고 있는 듯한 

도태감과 모멸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국내도서
저자 : 제이슨 머코스키(Jason Merkoski) / 김유미역
출판 : 흐름출판 2014.06.20
상세보기


아마존 킨들 개발에 참여했던 핵심 TF의 일원이었던 제이슨 머코스키가 쓴 에세이.

도서관에서 대여 권수 채우려고 집어들었을 뿐인데

얻어걸린 책이 알고보니 가장 흥미진진하고 커리어적 영감(?)을 

퐁퐁 솟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짐짓 흐믓.

머코스키는 인쇄업에 종사하는 집안에서 열혈 독서광으로 자라나 

역사에 기록될 구텐베르크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며 덕업일치의 전범을 보여준다.


리테일계의 공룡, 아마존의 성장을 내부에서 직접 경험했고  

전자책 혁신의 태동을 손수 일구어낸 궁국의 크리에이터가 조망하는

전자책의 과거-현재-미래.


최고의 기업에서 최초의 과업을 달성했다는 직업적 자부심은 기본.

인류에게 전자책을 보급하는 마중물로서 청춘을 바친 자의 

인간적인 소회가 담뿍 담겨 있다.

진심으로 책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탐서가가 품은

순도 백프로 덕심이 이런 거다 하는 걸 구절구절마다 확인 가능.

 

2000년대만해도 장사 '쫌' 하는 명민한 사업가쯤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경영 미다스로 추앙되는 아마존의 수장 제프 베조스.

머코스키에 따르면 베조스가 동물적인 사업 감각과 셈 빠른 生장삿꾼만은 아닌 게

투철한 소명 의식에 입각하여 디테일 하나에도 혼을 담기 위해 헌신하는 장인 중 장인이다.

베조스가 킨들 화면 한 줄에 몇 글자가 들어가야 할지 같은 

일견 사소해보이는 UI 설계에도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일화만 보아도 

그가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막중한 의미를 부여했는지 그 숭고한 태도가 묻어난다.  

베조스를 필두로 킨들 개발에 참여했던 모든 이가 일심동체가 되어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고난의 여정에 기껍게 동참했고 

킨들이라는 이름을 달고 선보인 그 결과물이 이를 방증한다.


이 책의 원제는 <Burning the Page>

이렇게 보헤미안 스피릿 뿜뿜하는 저자가 쓴

이토록 캐치한 제목에 bookish-hipster 바이브 쩌는 킨들 탄생기를

저렇게 아무 개성 없는 책으로 가공하다니

이거야말로 가공하지 않을 수 없는 역적모의다.





킨들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전자책 판세는 여전히 넘의 나라 얘기일 뿐, 

국내 전자책 시장은 몇 년 째 답보 상태라고 오판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전자책을 읽는 비율이 생각 외로 꽤 높고 

크레마, 쌤, 페이퍼 등 국산 e-리더를 쓰는 독서 인구도 

점진적으로 증가 추세라고 (근거없이) 체감,

이에 질세라 얼마전 리디북스 페라를 구입했다.  


역시 세상의 기준은 나.

단말기 하나 샀다고 이제껏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국내 전자책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종이로 읽어야 역시 제맛이라고 우격다짐해왔는데 아니 이게 웬걸.

삽시간에 전자책 물성에 익숙해지더니만

종이책과 전자책을 번갈으며 한층 더 풍성해진 독서 경험에 탄복했다.  

 

누구 말마따나 앞으로 국내에서 전자책 시장이 더 커지면 커졌지

더 쪼그라들리는 (절대) 없다고 보는데,

전자책 업계 재직하는 지인 하나가 엄정하게 타이르길 

이쪽은 비전이 1도 없으니 얼씬거릴 생각일랑 하지 말고 

일찌감치 다른 길 찾아보라는 낙담과 악담을 늘어놓는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전자책을 할 거라며 마이동풍. 

전자책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노답이지만 

(그거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

안그래도 이북러로 진화 중인 스스로가 대견하다며 어깨 두드리던 참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더더더욱 종이책을 넘어 다양한 포맷으로 확장될 

책의 미래에 혼자 가슴벅차했다.

전자책 사랑을 북돋는 불쏘시개로 모두에게 일독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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