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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buff 빙의

이퀼리브리엄

생산적 잉여니스트 2017. 10. 4. 18:37





근 15년 전 제작된 묵은지 영화. 국내에는 이듬해인 2003년에 개봉했다.


non-sci fi인 나도 대략 이해가 쉽고 크게 새롭지 않은 SF 영화. 작품의 완성도보다 주연의 빼어난 존재감이 다 한 영화. 요즘은 활동이 뜸해진 크리스천 베일의 눈부신 리즈 시절이 박제되어 있다.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연기면 연기, '다 가진' 스타가 발산하는 미학적 유희. (몸짱 아니랄까봐 상체 탈의씬은 빠지지 않고 등장) 


크리스천 베일은 총질과 동양 무예를 융합한 '건 카타(Gun Kata)'라는 무술 공법의 최고 유단자로서 터럭 하나 다치지 않고 다대일로 적을 무찌르는 현란한 액션 신공을 선보인다. 덕분에 이소룡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은, 저게 진정 가능해?라고 반문할 정도의 리얼리티 제로의 갓베일 격투씬을 기억에 새길 수 있다.


극중 배경은 감정이 통제되는 미래 전체주의 사회. 21세기의 문턱에서 제3차 대전을 겪은 인류는 모든 전쟁과 다툼은 인간의 (빌어먹을)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결론 짓는다. 슬픔, 분노, 질투, 번민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인류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절대 악으로 간주, 감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통제되어야만 평형(equilibrium)이 지속되고 세계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존 프레스톤(크리스천 베일)은 최고 권력층에 속한 고급 클레릭. 그는 감정을 통제하려는 독재 정부의 압제에 맞서 인간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려는 지하 레지스탕스 소탕하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며 정부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 받아 온 일류 요원이다. 


그러나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과 감정 통제 약물인 프로지움(Prozium) 투약을 끊으며 서서히 감정에 눈을 뜨게 되고 감정의 동요는 그의 역할 수행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적 갈등에 번민하던 그는 본성을 거스르는 시스템을 타파하고 종국엔 전체주의 사회를 붕괴시키는 자유의 수호자로 세상을 구원한다. 


"매트릭스는 잊어라"는 (가당치도 않은 낚시성) 광고 카피로 (웃기지도 않게) 되바라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흥행에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짜져버렸다. <매트릭스>는 서사 자체가 튼튼하고 레퍼런스의 레이어링이 치밀해서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반면, <이퀼리브리엄>의 경우 뭔가가 빈약하다. 


<멋진 신세계>, <1984> 등 유명 작품에서 여기저기 소스를 따다가 짜깁기한 것까지는 좋으나 단순 편집을 넘어서는 'one more thing'이 부재하다.  <매트릭스>만 해도 한번 파고들어가기 시작하면 과학기술, 종교, 서양 철학에서부터 동양의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아우르는 가공할만한 확장성을 보여주지만 <이퀼리브리엄>은 기존에 이미 익숙한 SF 레퍼런스를 답습하는 안이함이 가장 큰 패착 요인이다. 


부당하게(?) 혹은 운 나쁘게 저평가된 영화로도 회자되지만 작품성이 별로 뛰어나지 않다는 엄연한 팩트. 당돌해 마지 않게도 '매트릭스는 잊으라'고 했건만, 야심차게 내보인 '건 카타(Gun Kata)'며 인물 의상이며 매트릭스에서 이미 다 본 게 아닌가 해서 자꾸 매트릭스 생각만 간절해진다. 아무렴 어떠겠느냐. 갓베일이 함께하니 눈요기 실컷하고 시원통쾌한 액션씬으로 오락적 재미도 한가득이니 한 번쯤 볼만한 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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