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반에 이르기까지 국내 씨네필 사이에서 의 인기는 가히 뜨거웠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는 고백은 뭐랄까... '거 쫌 영화 볼 줄 알고 음악 좀 들을 줄 아네' 하는 평균 이상의 문화소양을 나타내는 딜레탕트적 훈장 같았다. 당시만 해도 생소하게 느껴지던 이역만리 남미를 친숙하게 만들었고 정열이 넘치는 음악의 나라 쿠바에 대한 로망을 안겨주었다. BVSC의 극적인 탄생에서부터 노장 멤버들의 구비진 인생사, 그리고 그리고 만년에 찾아온 거짓말 같은 인기와 성공. 각 멤버의 인생 하나하나가 통한의 음악이자 환난도 꺾지 못한 정열의 노래였다. 1996년 영국 레코드 프로듀서 닉 골드와 미국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는 쿠바 음악과 서부 아프리카 음악을 재발견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이..
인플루언서 마케팅국내도서저자 : 테드 라이트(Ted Wright) / 김상겸역출판 : 리더스북 2017.10.25상세보기 인플루언서는 다음 생에서나 나도 좋은 걸 보고, 듣고, 먹게 되면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도 안타까워 주변에 힘껏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한다. 그러나 생각에만 그치는 경우가 일상 다반사. 마음처럼 적극성을 띠고 정보 공유하는 데 보통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1) 귀찮다 2) 나는 정말 좋았지만 내가 좋았던 만큼 남도 좋아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3) 눌변이라 이야기를 조리 있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없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선 필사의 오지랖으로 자기 확신을 가지고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기를 즐겨야 하는 습성을 기본적으로 내장하고 있어..
히트 메이커스국내도서저자 : 데릭 톰슨(Derek Thompson) / 이은주역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7.10.19상세보기 평소 내 취향이 ‘비주류 마이너’라고 여겨왔던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히트’ 치는 문화 상품들이 대관절 왜 히트를 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난 왜 사람들이 마블 시리즈에 열광하는지, 방탄소년단은 왜 미국에서 (심지어 국내에서도)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거꾸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든 영화든 음악이든, 좌우지간 뭐든 간에 대중의 관점에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경우도 거의 전무하다.) 특히 베스트셀러 도서를 논하자면 더더욱 입만 아픈데, 상위권을 장식하는 함량미달의 책을 보면 이게 요즘 평균 독자들 수준인가 싶어 외마디 탄..
매거진 B (Magazine B) (월간) 58호 - Portland (영문)국내도서저자 : JOH & Company 편집부출판 : JOH. 2017.09.20상세보기 매거진 는 창간 초창기부터 팬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해오던 최애 잡지. 뭘 집어도 ‘믿고 읽을 수 있다’는, 콘텐츠 퀄리티에 대한 무한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독후감이고 나발이고 순전히 지금 내가 가장 읽고 싶은 호를 선택하기로 결심, 앞뒤 재지 않고 득달같이 주문한 게 바로 2017년 7월에 출간된 58호 편이다. 잡지라고 만만히 봤는데 생각보다 깨알같이 묵직한 내용들로 장식되어 일독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되니 나도 ‘포틀랜드부심’을 갖고 ‘포틀랜더’로 살고 싶다며 ‘포틀랜드 더럽’을 외치게 되었다...
나인국내도서저자 : 조이 이토(Joi Ito),제프 하우(Jeff Howe) / 이지연역출판 : 민음사 2017.07.21상세보기 ‘우물 안 나르시시스트’의 종말 조직의 안녕을 위해하는 암적 존재는 크게 두 부류다. 1) 자기가 다 안 다고 확신하는 사람, 2) 관련 영역 외에는 알 필요가 없다고 눈귀 모두 닫는 사람. 이렇게 (멋없게) 산다고 다 쪽박 차는 건 아니지만 세칭 ‘혁신가’치고 이런 후진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전무하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기울지 않는 자로부터 발흥할 수 없다. 앞으로 이런 ‘우물 안 나르시시스트’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며 애당초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로 초고속 진입 중이다. 혁신이라는 거창한 수준까지 가지..
통계적으로 생각하기국내도서저자 : 유리 브람 / 김수환역출판 : 현암사 2016.11.30상세보기 내츄럴 Homo Statisticus저자는 통계학을 관통하는 세 가지 굵직한 키워드, 즉 1)선택 편향 2)내생성 3)베이즈의 정리의 정수를콕콕 집어 쉽고 낮은 언어로 풀이된 고경량 문고본으로 엮었다. 라는 제목을 붙여 독자로 하여금 ‘통계적으로 생각할 것’을 납득/설득/권장하고 있지만 실상 우리는 이미 이 땅에 발을 디딘 그때부터 통계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내리는 무수한 결정은 축전된 인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 결과다. 다만,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처리하는 ‘통계’의 대다수가 오류와 맹점으로 뒤범벅된 불량 모델이라는 게 함정! 저자가 말하는 ‘통계적’이라 함은 산재된 정보를 데이터로 변..
대량살상수학무기국내도서저자 : 캐시 오닐(Cathy O'Neil) / 김정혜역출판 : 흐름출판 2017.09.21상세보기 대안이 없으면 문제 제기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는 대체로 위험하다. 누구든지 대안이 없어도 얼마든지 문제 제기를 할 권리가 있으며 당장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 해도 사소한 딴죽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는 법이다. 대안이라는 자기 검열 프레임을 작동시키는 것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숨통을 끊는 거나 마찬가지다. 독서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시켜, 저자가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문제만 구구절절 늘어놓고 있다는 (비판 같지 않은) 비판은 가급적 지양해왔다. 그런데 이 책만큼은 "그래서 대안이 뭔데?"라는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지 아니할 수 없다. 인류는 늘 권력과 부를 ..